‘행정수도 이전’부터 ‘분권형 개헌’까지 좌절의 기억도 [다시, 지방분권]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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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분권 원년 외친 역대 정부
노무현 정부 파격 공약 법에 막혀
공공기관 150여 곳은 지방 이전
문재인 정부 지방자치법 개정
재정분권 7대 3 목표는 못 이뤄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발맞춰 2005년 1월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가 부산에서 출범했다. 이듬해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출범 1주년 기념식 모습. 부산일보DB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발맞춰 2005년 1월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가 부산에서 출범했다. 이듬해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출범 1주년 기념식 모습. 부산일보DB

역대 정부는 집권 초기마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국가 운영의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서울 중심의 국가 운영이 이어지면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문제가 심화됐고, 이에 따라 중앙 권한을 지역으로 분산하고 국토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방식은 정부마다 달랐고, 그에 따른 정책 성과도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을 국가 전략으로 전면에 내세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출범 직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파격적인 구상을 내놓았다. 수도권에 집중된 행정 기능을 지방으로 옮겨 국토 균형을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은 큰 전환점을 맞았다.

노무현 정부는 이후 세종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동시에 전국 각지의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추진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을 포함해 150여 개 기관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 혁신도시에도 10여 개 기관이 배치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국립해양조사원 등 해양·수산 관련 기관은 영도 동삼지구로 이전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남부발전 등은 문현 금융지구로 이전했다. 센텀 일대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영화·영상 관련 공공기관이 자리 잡으며 기능별 이전이 이뤄졌다.

세종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조성하고 전국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하면서 행정과 공공 기능이 분산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다만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과 인구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후 취임한 이명박 정부는 5+2 광역경제권 구상을 추진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지방분권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선언하며 지방자치 권한 확대를 강조했다. 2018년 3월에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를 설치해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자치분권위원회는 같은 해 9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6개 전략, 33개 과제로 구성된 중앙 권한 지방 이양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방자치법 개정도 문재인 정부의 주요 추진 성과로 꼽힌다. 지방자치법은 1988년 전면 개정 이후 2020년 32년 만에 다시 전면 개정됐다. 개정안은 주민주권 강화와 자치권한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주민소환제 강화와 주민발안·참여권 확대, 주민감사청구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 근거를 마련하고 행정협의회 설립 절차를 간소화한 점도 개정안의 핵심 내용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권 강화를 추진하면서 정부 개헌안을 통해 분권형 개헌을 시도하기도 했다. 개헌안에는 지방자치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지방정부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이어지면서 개헌 논의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분권도 추진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지방소비세율을 11% 수준에서 21%까지 높이는 성과를 냈다. 다만 중앙부처와 정치권의 이견 속에 지방세 비율 상향 조정이라는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수도권 중심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과 서울을 양대 축으로 하는 국가 발전 구상을 언급하며 지역 성장 거점을 육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기회발전특구와 도심융합특구 등 다양한 지역 정책을 추진하며 지방 경제 기반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 구조 속에서 주요 정책의 추진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못했다. 특히 부산을 중심으로 추진된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 등 핵심 과제는 입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주도의 지방 발전 전략은 제시됐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정책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역대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은 공공기관 이전을 포함한 일부 정책은 추진됐지만 재정 분권 등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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