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아전문 응급센터 수도권만 확대, 이게 지역의료 현실
고신대병원 공모 사업 신청했지만 탈락
지역의사제 앞두고 필수과 기피 해소를
부산 서구 고신대복음병원 전경. 부산일보DB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지정 공모 사업에 고신대복음병원이 신청했지만, 탈락했다고 한다. 반면 서울성모병원(서울)과 성빈센트병원(경기) 2곳이 조건부로 선정됐다.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는 나이에 따라 응급 증상이 다른 소아 특성에 맞게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전문 진료 센터를 지정하는 사업이다. 센터로 지정되면 중증 소아 응급환자 최종 치료 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24시간 소아 응급 진료를 의무적으로 하고, 전담 전문의 1명당 1억 원에 달하는 지원 혜택을 준다. 의료 수가도 15~30%까지 늘어난다.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가 없는 부산으로선 매우 안타까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성빈센트병원은 4월 30일까지 법정 기준 충족 후 현장점검을 거쳐 최종 지정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는 전국 14곳 가운데 무려 9곳이 수도권에 몰리게 된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2022년 지정된 양산부산대병원이 유일하다. 정부가 지역·필수·공공 의료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의 수도권 편중은 더 심화하는 셈이다. 지역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라며 지역의사제 등 정책을 추진해 놓고 공모 방식을 통해 경쟁력이 뛰어난 수도권 최고 병원에 혜택을 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중증응급 진료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소아과 진료 붕괴 상황은 심각하다. 출생아가 급격히 줄면서 소아과가 ‘미래가 없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공의 지원자도 급감하고 있다. 진료 강도는 높고, 부모들의 항의가 심한 데다, 자칫하면 소송에 걸리고 경제 보상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전기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 충원율은 20.6%로 전체 모집과 중 가장 낮았다. 2년 전 26.2%보다 떨어졌고,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정원을 거의 다 채운 재활의학과,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와는 대조적이다.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중증응급 진료 기관과 필수과 전공의가 수도권에만 몰린다면 지방 필수과 수련 체계는 붕괴되고 지역 필수의료는 더 취약해진다. 정부는 내달 시행되는 지역의사법에 맞춰 지역의사를 체계적으로 선발·지원하는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확대도 추진 중이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전문의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8개 필수과목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수당과 함께 주거, 교통, 자녀 교육 등 정주 여건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지역의사제 시행에 앞서 필수과 기피 등 의료계의 기울어진 지형을 바로잡기 위해 더 세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