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술타기 방지법’… 시행 6개월 지났지만 부산서 입건 ‘단 1건’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음주 측정 방해 의도 경찰이 입증해야
운전자 진술 의존할 수밖에 없어 한계
전문가 “음주 측정 피하면 가중처벌을”

술타기 방지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약 6개월간 부산에서 음주 측정 방해 혐의로 입건됐다고 보고된 사례는 1건이다. 사진은 음주운전 단속 사진. 부산일보DB 술타기 방지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약 6개월간 부산에서 음주 측정 방해 혐의로 입건됐다고 보고된 사례는 1건이다. 사진은 음주운전 단속 사진. 부산일보DB

음주 운전 후 일부러 술을 더 마셔 측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술타기 방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부산에선 관련 법 위반으로 입건된 경우가 단 1건에 불과했다. 현장에선 운전자의 음주 측정 방해 의도를 경찰이 입증해야 하는 등 법 적용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꼼수 음주 운전자를 단속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지만 사실상 법이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술타기 방지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약 6개월간 부산에서 음주 측정 방해 혐의로 입건됐다고 보고된 사례는 1건이다. 부산의 연간 음주 운전 단속 건수는 2021년부터 매년 5000건을 넘기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1건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수준이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현장 단속과 처벌로 이어진 사례가 극히 적어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음주 운전 후 일부러 술을 더 마셔 측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시행됐다. 음주 운전 처벌 수위는 운전 당시 호흡 측정이나 혈액 채취를 바탕으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따라 정해지는데, 술타기는 이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음주 운전자가 도주 후 술을 더 마실 경우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입증하기 어렵다. 운전했을 땐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할 여지도 생긴다. 결국 음주 운전으로 처벌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법 조항은 술타기 적발 시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중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술타기를 시도한 운전자를 음주 측정 방해 혐의로 입건하기 어려운 이유는 법 조항의 특수성 때문이다. 술타기 방지법은 단순히 추가 음주 사실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술에 취한 상태로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상태와 의도를 모두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음주 여부와 함께 의도까지 밝혀야 하는 구조 탓에 실제 수사와 입건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확보해 행적을 추적한다 해도 측정을 방해하려는 음주인지 가려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최대한 자백을 받아내려고 하지만 대부분 ‘그냥 술에 취해 마셨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법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규정으로 남아있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추가 음주 의도에 집중하기보다는 음주 측정을 피하는 행위 자체를 가중 처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의대 최종술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 운전자 진술에 의존하면 술타기 입건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음주 측정을 방해하거나 피하려는 시도는 단순 음주운전보다도 죄질이 더 나쁜 만큼 측정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든 행위 자체를 가중처벌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