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를 알면 맛의 신세계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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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김진영
30년차 식품 MD의 식재료 선택 비법
품종, 제철 잘못 알려진 사실 너무 많아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 소개

마블링은 고기에 낀 하얀 지방으로 마블링이 많다고 무조건 고급이며 맛있다는 건 잘못된 통념이다. 부산일보DB 마블링은 고기에 낀 하얀 지방으로 마블링이 많다고 무조건 고급이며 맛있다는 건 잘못된 통념이다. 부산일보DB

쌀 채소 과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 밥상의 중심인 이런 식재료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예전부터 내려오던 식재료에 관한 정설은 과연 맞는 말일까.

30년차 식품 MD(식품 관련 재료 선정과 관리, 주문까지 담당하는 직업)로 일하는 저자는 그야말로 식재료에 관해선 전문가이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후 백화점 식품 MD로 취업했고 이후 관련 책도 여러 권 쓰고, 주방에서 요리까지 하고 있다. 30년 동안 천지개벽이 일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식품과 관련한 상식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환경과 기술은 엄청나게 바뀌었는데, 음식과 식재료에 관한 고정관념은 요지부동이고 심지어 잘못된 정보가 여전히 정설로 통하는 것이 안타까워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먼저 품종에 관해 언급한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산업화 시기를 거치는 동안 농축산물 생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양이었다. 쌀이든 고기든 많이 생산해서 넉넉하게 먹는 데 중점을 두고 재배·사육했다. 그랬던 시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해진 지금에도 여전히 소비자는 통설에 따르고 있다. 맛에 초점을 두면 정말 다양한 품종이 있음에도 소비자에게 그 같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식품 전문가로서 쌀 과일 돼지고기 닭고기의 다양한 품종과 그에 따른 맛을 자세하게 비교 설명해 준다. 심지어 맛도 좋고 가격도 훨씬 싸지만, 소비자는 몰라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품종을 알면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있고, 포화 상태인 외식 산업에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식당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저자는 익숙하지 않은 품종을 어떻게 조리하면 맛있는지도 친절하게 안내한다. 가격이 싼 육우나 2등급 이하 한우를 구매해 한 달 정도 숙성하면 최고의 고기로 변신할 수 있다. 가정에서 간편하게 냉장고를 이용해 숙성하는 방법도 소개하며, 숙성 과정조차 하기 싫다면 숙성육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마블링에 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이다. 마블링은 말 그대로 대리석 무늬처럼 고기에 낀 하얀 지방을 뜻한다. 말은 대리석 무늬지만, 사실 점점이 박힌 지방이다. 원뿔, 투뿔이라고 부르는 한우 등급은 마블링을 기준으로 정해지며, 이 때문에 소비자는 마블링이 많으면 무조건 고급이라는 환상에 빠진다.

사실 쇠고기에 마블링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건 1927년 미국이다. 원래 풀만 먹던 소에게 당시 남아도는 옥수수를 사료로 먹였고, 이전보다 지방이 많이 낀 쇠고기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축산업자들은 마블링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마케팅에 사용했고, 정부 관계자에게 로비를 벌여 마블링이 낀 쇠고기에 가장 높은 등급을 매기게 했다.

소는 풀을 먹는 초식 동물이다. 풀이 안 나면 짚이나 콩깍지를 끓여 여물을 만들어 먹였다. 그러나 축산이 산업이 되며 풀만 먹여서는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결국 기름을 짠 후 남은 찌꺼기인 옥수수박, 대두박 등으로 만든 배합 사료를 먹이게 되었고 당연히 마블링을 만드는 데 효과가 컸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풀만 먹이는 소, 여물을 먹이는 소 등 농장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소를 키우고 있다. 저자는 기존과 다른 방식을 채택한 쇠고기는 마블링 쇠고기보다 더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12월이 제철로 유명한 방어는 사실 산란기인 3월 직전인 2월에 가장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잘 붙어 있다. 잘못된 통념으로 소비자는 제철이 아닌 시기에 비싸게 방어를 먹고 있다. 부산일보DB 12월이 제철로 유명한 방어는 사실 산란기인 3월 직전인 2월에 가장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잘 붙어 있다. 잘못된 통념으로 소비자는 제철이 아닌 시기에 비싸게 방어를 먹고 있다. 부산일보DB

과일과 생선의 제철에 관한 문제도 중요하게 지적한다. 과일은 조금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 익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수확한다. 생선은 살이 다 차지 않았지만 잘못된 통념을 기반으로 제철보다 일찍 잡아 비싸게 유통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정확한 제철을 알게 되면, 맛있는 과일과 생선을 오히려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조리법에 관한 고정 관념 역시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는 구워 먹어야 제맛이라거나 토종닭은 푹 고아 먹어야 한다는 말은 틀린 사실이다.

소비자가 맛에 좀 더 민감해지면, 생산자는 좋은 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요리사는 좀 더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을 시도할 것이다. 그 변화의 시작은 결국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김진영 지음/따비/224쪽/1만 7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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