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니고 현실 ‘칠성파 VS 신20세기파’ 세력 다툼하다 무더기 검거
타 조직 가입했다는 이유로 폭행 시작
이후 조직적으로 쌍방 보복 주고 받아
교도소 등에서 상부 지시 받은 정황도
2000년대 대부분 구속됐지만 최근 활개
지난 4월 부산 중구의 한 카페에 집결한 신20세기파 조직원들. 경찰이 확보한 CCTV 캡처 화면.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8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도로에서 대치중인 칠성파, 신20세기파 조직원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도심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며 상대 폭력 조직원을 흉기로 찌르거나 마구 때리는 등 폭행 행위를 일삼은 부산 양대 폭력 조직 조직원 46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폭력 조직 간 흉기로 상해를 입히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지른 혐의(단체 등의 구성 활동·폭력행위 등)로 부산의 대표적인 폭력 조직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 4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주도적으로 폭행을 벌이고 이후 폭행범의 도주를 도운 조직원 20명은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칠성파와 신20세기파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쌍방 간 보복 폭행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복 폭행의 발단은 칠성파 조직원의 신20세기파 가입이었다. 지난해 11월 7일 한 조직원의 신20세기파 가입을 알게 된 칠성파 조직원들이 부산 부산진구의 한 노래방으로 조직원을 찾아가 조직 탈퇴를 요구하며 폭행해 뇌출혈 등 전치 4주 상해를 입혔다. 이후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은 같은 달 29일부터 지난 2월까지 3차례에 걸쳐 칠성파 조직원들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하고 폭행했다. 칠성파도 신20세기파에 보복을 감행했는데, 지난 4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의 아파트에 찾아가 4시간가량 잠복 끝에 얼굴 부위를 소화기로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보복 과정에서 조직이 대규모로 동원되기도 했다. 지난 4월 신20세기파는 17명의 조직원을 소집해 흉기를 휴대하게 한 뒤 여러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다니며 칠성파 조직원을 찾아내 무차별 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칠성파 조직원 1명이 골절 등 전치 6주 진단 받은 데 이어 다른 조직원은 깨진 소주병에 얼굴 등을 찔려 신경 손상을 입었다.
경찰은 1년 간의 수사로 7차례의 폭력 조직 간 세력 다툼과 폭행 사실을 확인했다. 폭행에 가담한 조직원들은 교도소에 있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집단 폭행 등을 벌인 사실도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검거된 46명은 대부분 20~30대였으며 이들 중 10대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상대 조직원의 위치, 거주지를 파악하기 위해 SNS를 활용하는 등 ‘MZ조폭’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조직의 세력 싸움은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인 ‘친구’(2001년), ‘범죄와의 전쟁’(2012년) 등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영화 ‘친구’는 1993년 신20세기파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던 칠성파 행동대장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을 흉기로 살해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 신20세기파는 2006년 1월 조직원 60여 명을 동원,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해 칠성파 조직원과 난투극을 벌인 사건을 계기로 조직원 대부분이 구속돼 와해됐지만, 이후 조직원들이 출소하면서 다시 세를 키웠다. 칠성파는 두목 이강환이 1991년 검찰의 ‘조직 폭력과의 전쟁’ 때 구속 수감돼 8년간 복역했으며, 그는 2000년에도 부산 모 나이트클럽 지분 싸움에 연루돼 구속됐다. 2021년 5월에는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소강 상태에 있던 두 조직은 최근 다시 세력을 규합해 다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 최해영 형사기동1팀장은 “이번에 검거된 조직원들은 이들 폭력 조직이 대부분 최근에 영입한 20대들로, 관리대상 폭력조직원으로 편입해 관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