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과 해양의 만남은 인류 문명사 새로운 전기” [제19회 세계해양포럼]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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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 발제

태재대 총장 염재호
진보적 해양 문명에 AI 접목 땐
해상 유통·자원 개발에 획기적
해양미래학자 마틴 쾨링
지속 가능한 해양 생태계 위해
블루 본드 발행 등 행동 나서야

22일 제19회 세계해양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염재호(위) 태재대 총장과 해양미래학자 마틴 쾨링이 각각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2일 제19회 세계해양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염재호(위) 태재대 총장과 해양미래학자 마틴 쾨링이 각각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19회 세계해양포럼(WOF)의 기조를 보여주는 기조 세션 두 발제에선 AI 시대 인류 문명사 변화에 해양 문명이 어떤 역할을 할지, 해양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에 금융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내놓은 국내외 두 석학의 통찰과 혜안이 빛났다.

우선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대립과 갈등의 관점에서 보여주면서 이 시대 인공지능(AI) 혁명과 해양 문명이 어떤 조화를 이뤄 새로운 역동성을 발산해 낼지를 예측해 보여줬다.

염 총장은 대륙 세력이 농경사회 기반 보수적 성향, 해양 세력은 개척 성향이 강한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다며, 14세기 르네상스와 15세기 지리상의 발견을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등 해양 세력의 역할로 분류했다. 염 총장은 “개방과 포용에 기초한 해양문명의 가치가 인류 번영에 크게 기여했다”며 “해상무역을 통한 자유무역 확산이 동서양 교류를 촉진해 엄청난 문명 발전을 추동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혁명과 근대 이후 최대 혁명으로 불리는 AI 혁명에 대해 염 총장은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이 AI를 거쳐 신속하고 저렴하게 디지털화 돼 더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며 발전하고 있다”며 “인간이 수행해 오던 많은 일을 AI가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AI 혁명과 해양문명의 융합 발전에 염 총장은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해상 유통과 해양 자원 개발이 AI 기술과 연결돼 발전하면 21세기 인류는 문명사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AI 기술 발전으로 가속화될 북극항로, 한일해저터널, 하이퍼 루프 등의 개발은 21세기 중반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 총장은 아이스하키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의 명언 ‘훌륭한 하키 선수는 퍽을 따라 움직이지만, 위대한 하키선수는 퍽이 갈 곳을 예측해 움직인다’를 인용하며, “2050년이 되면 세계지도가 어떻게 바뀔지, 미개척 상태인 해양 문명이 어떻게 바뀔지 미리 예측하고 움직이는 해양산업계와 부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해양미래학자 마틴 쾨링은 현재 해양산업에 충분한 자본이 유입되지 못해 만성적 자금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수요와 공급 사이에 연간 7000억 달러가량의 괴리가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쾨링은 “최근 블루 파이낸스의 새 물결이 일어나면서 글로벌 금융 자본을 해양 생태계 보호와 복원에 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엔환경계획(UNEP) 금융 이니셔티브(FI)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블루이코노미 금융 원칙’을 설명했다. 금융 활동을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 접목해 해양 생태계 보전(SDG14)을 준수하도록 하는 활동을 UNEP FI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쾨링은 “UNEP FI가 이를 기반으로 은행, 보험사, 투자자와 협력해 산업별 가이드라인, 목표 설정 매뉴얼, 블루 본드(Blue Bond)와 같은 혁신적 금융 도구의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수산업, 친환경 해운·항만 운영 등에 금융을 연결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쾨링은 투자 위험을 줄이고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설계 중인 ‘하나의 바다 금융 조달기구’(One Ocean Finance Facility)를 강조했다. 그는 “OOFF는 2030년까지 완전한 모습을 갖춰 2040년까지 해양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보호를 위해 최대 17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될 것”이라며 “블루 파이낸스의 성장 물결이 사람과 자연, 그리고 경제에 동시에 어떤 혜택을 창출할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배상훈 부경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이어진 토론에서 염 총장은 북극항로가 부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AI와 로봇이 바꿔가는 변화상을 부산이 경쟁 국가나 도시보다 먼저 확인하고, 그에 걸맞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차분히 준비한다면 북극항로의 허브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본드와 채권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쾨링은 “블루본드는 채권 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금을 해양 보전 활동에 사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DP월드도 중동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1억 달러 블루본드를 발행했다”고 소개했다. 토론을 마무리지으며 배 총장은 “AI 등장으로 모든 산업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해양의 지속 가능성도 기존 공공 분야를 넘어 민간 투자도 활성화 되고 있는데, 해양 분야 전체가 이런 패러다임 대전환 자체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 체질 전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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