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면 사라” 해놓고 갭투자… 정부 고위직으로 확산하는 ‘부동산 불똥’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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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33억 아파트 갭투자 보유…차익 6억 원
김용범·구윤철·이억원 등 부동산 정책 입안…강남 아파트 보유
민주 “이 차관 부적절 발언 사과”…국힘 “도덕적 정당성부터 회복해야”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6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의 신축매입임대 추진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6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의 신축매입임대 추진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이번 대책을 주도한 정부 관료들이 수십억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성난 민심이 더욱 들끓고 있다. 대출 자제와 저축을 강조한 관료들이 정작 갭투자 등을 통해 고가 아파트 시세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2일 오전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여당 원내대표부터 국토부 차관까지 정작 자신들은 갭투자의 사다리를 밟아 부를 축적하고 주요 지역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고 윽박지르는 것”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대한 비뚤어진 신념을 관철하려는 내로남불의 위선이자 오만”이라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국토교통부 이상경 1차관의 “돈 모아 집값 안정되면 그때 사라”는 발언에서 불거졌다. 이 차관은 최근 한 부동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0·15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비판에 대해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배우자는 갭투자 방식으로 33억 원대 아파트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시세는 약 40억 원으로 1년 만에 6억 원 가까운 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그 외에도 이번 부동산 정책 입안자 상당수가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서초구 서초동의 146㎡ 규모 아파트를, 구윤철 부총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강남구 개포동의 재건축 단지를 각각 전세·대출 등의 방법으로 매입해 수십억 원의 시세 이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내로남불’이라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책 책임자들이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막는 동시에, 본인들은 고가 아파트 시세 차익을 챙기는 구조가 돼버렸다”며 “도덕적 정당성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특위도 오는 24일 서울시와 부동산 현장 회의를 열어 서울 부동산 공급 관련 현안을 논의하며 부동산 정책 공방에 시동을 건다.

논란이 커지면서 민주당은 이날 이 차관의 발언에 대한 당 차원 사과를 내놨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당의 최고위원이자 국토교통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이어 “공직자, 특히 국토부 차관 같은 고위공직자는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 신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여당은 더욱 겸허히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정을 바로 세워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최고위원의 발언이 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이번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론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여권 인사의 고가 주택 보유 사례마저 거론되자 즉각 당 차원 사과를 내놓는 등 예민하게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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