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문화공간 들락날락하다 보니 “변화가 피부로 느껴져요” [15분 도시 공간에서 사람으로]
상. 동네 ‘행복 공동체’로
초기 앵커 시설 등 공간 변화서
일상 속 공동체 회복 징후 감지
당감개금권 걷기 모임 참가자
“인간관계 넓어지고 돈독해져”
신노년층 대상 하하센터 11곳
여가·문화 프로그램도 ‘호평’
시민 커뮤니티 활성화에 중점
시, 내달 ‘스텝 업’ 전략 발표
일상적인 반경 안에서 삶의 필수 기능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15분 도시’를 경험한 시민들은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따뜻한 변화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건물을 짓고 공간을 개조하는 물리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 사이 공동체 회복의 징후를 감지한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환경 정비와 공간 조성과 같은 물리적 변화를 넘어 따뜻한 공동체 회복에 초점에 둔 15분 도시 정책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올 11월 이 같은 내용의 ‘스텝 업(Step-Up)’ 전략도 발표한다.
■이웃 알아차리는 계기된 ‘공간’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15분 도시 정책 초기에는 당감개금권 생활권 조성, 하하센터와 들락날락 등 앵커 시설 개관과 같은 물리적 변화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시는 이런 공간의 변화가 점점 시민 일상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먼저 15분 도시 대표 생활권으로 조성된 ‘당감개금권’에 사는 40대 황윤경 씨는 지난 17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요즘 달라진 동네 분위기를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길이 걷기 편하게 바뀌니까 집 밖을 나서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저녁에 함께 달리는 부부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을 더 많이 보게 됐어요.”
도로 다이어트와 산책로 정비가 이뤄졌고 평소 무심코 지나다니던 길은 이제는 산책하고 싶은 길로 바뀌었다. 황 씨는 건강생활센터 걷기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동아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인간관계가 넓어져 심적으로 얻는 것이 많아 보인다”며 “속 이야기까지 털어놓는 관계도 있고, 해가 거듭할수록 돈독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앵커 시설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노년기 자신의 존재 의미를 되찾고 다시 나눔으로 확산하는 이들도 있다. 15분 도시 앵커 시설 중 하나인 해운대구 하하센터에서 ‘맘그림책’ 동아리에 1년 가까이 참여 중인 최선재(72) 씨는 “나 스스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참여하고 싶다”며 “오랫동안 장애 아동을 위한 동화 구연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동아리를 계기로 다음 달부터는 어린이집에도 책을 읽어주러 간다”고 전했다.
시에 따르면 신노년층의 여가·문화 생활을 위한 하하센터는 부산 시내 총 11곳 운영 중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 들락날락도 지난 8월 기준 107곳 마련돼 있다. 시는 신규 공모를 통해 하하센터를 4곳 추가 조성하고, 소방 특화 들락날락 조성 등 시설 확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동체 회복, 이렇게”
부산시는 15분 도시 정책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우리동네 15분 도시 페스티벌’을 내달 말까지 연다.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도모헌,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각각 문화예술과 체육을 주제로 한 행사를 연 뒤, 마지막에는 부산시청에서 15분 도시의 다음 전략을 소개하는 ‘스텝 업’ 전략 선포식을 연다.
오는 25~26일 도모헌에서 열리는 ‘15분 도시, 문화예술로 잇다’를 주제로 한 문화예술 행사에서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가 진행된다. 토크 콘서트에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부산 출신 가수 정서주, 그룹 순순희의 리더 기태, 2022년 부산 월드클래스 육성 청년인재인 작곡가 강현민이 패널로 참여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공연·전시·체험 등 다양한 장르의 축제가 운영되고, 생활문화 동아리 간 교류 장도 마련될 예정이다.
내달 8일에는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우리동네 예체능’을 주제로 시민 참여형 체육행사가 열린다. 슬로우 조깅, 배구, 농구, 파크골프 등을 체험할 수 있고, 롯데자이언츠 선수를 비롯한 프로 스포츠 전문가의 코칭도 체험해 볼 수 있다.
다음 달 26~27일에는 부산시청 1층 로비와 들락날락에서 ‘15분 도시 Step-Up’ 전략 선포식과 성과 공유·체험의 장이 열릴 예정이다. 전략 선포식에서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둔 다음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부산시 유정규 15분도시기획과장은 “지난 4년간 앵커시설과 같은 하드웨어 조성이 이뤄졌다. 이제는 단순 문화센터와 같은 기능보다는 시민들이 스스로 모여 커뮤니티를 활성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그간의 정책 중 우수한 성과는 확산하고, 필요한 기능은 도입하도록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