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수부 특별법'서 빠진 기능 강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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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 빠진 채 '반쪽짜리' 상임위 통과
부산 이전 전 '해양수도 완성' 답 내놓아야

정부세종청사 내 해양수산부 청사 사옥 건물 정부세종청사 내 해양수산부 청사 사옥 건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담은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16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토대로 국민의힘 곽규택·조승환 의원 안을 병합·조정한 대안을 의결했다. 겉으로는 해수부 부산 이전 논의에 속도가 붙은 듯하지만 실상은 껍데기만 남은 ‘반쪽짜리’ 법이 된 꼴이다. 핵심인 해수부 기능 강화 조항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전 지원과 행정 편의만 담겼을 뿐, 정작 부산 이전의 본질인 기능 강화는 추후 논의로 미뤄졌다. 이대로라면 보여주기식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능 강화 없는 이전이라면 ‘명목상의 이전’에 그칠 것이다.

이번 법안은 이전 기관과 기업 지원, 신규 공무원 지원, 해양특화지구 지정 등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해수부 이전의 핵심은 해양행정의 중심 기능을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일이다. 부산이 요구한 것은 단순한 청사 이전이 아니라, 해양산업·연구·기업의 축을 부산에 모으자는 절박한 요구였다. 국정감사에서 조승환 의원이 “지금이 아니면 조선·해양플랜트 기능을 영원히 못 가져온다”고 지적했지만, 전재수 장관은 “기능 강화 의지는 있으나 안정적 이전이 먼저”라며 답을 피했다. 결국 이번 특별법은 해수부 이전의 본질을 외면한 법안이 됐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해수부 기능 강화와 지원을 동시에 담보할 방안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

해수부가 세종시로 이전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청사는 내려왔지만 권한은 서울에 남았고, 공무원들은 매일 출퇴근 버스를 타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그 결과 행정 비효율만 커졌다. 부산 이전 역시 그 전철을 밟을 조짐이 짙다.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하려면 이전과 더불어 기능의 실질적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HMM 등 핵심 해운기업도 여전히 서울에 머물고 있다. 해양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자임하는 해수부가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이전의 상징성은 공허해진다. ‘이전이 먼저고, 기능은 나중’이라는 말은 부산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구태일 뿐이다. HMM조차 내려오지 못한 현실에서 기능 강화 없는 이전은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이다.

부산은 오랫동안 해양수도를 자처해 왔다. 하지만 현실의 해양 행정은 여전히 서울과 세종에 묶여 있다. 해수부가 진정한 해양수도를 실현하려면 이전의 완성은 기능 강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특별법은 부산을 이용한 수도권 중심 행정의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해수부 이전 전에 부산 시민 앞에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말만 앞세우지 말고 해수부의 조선·해양플랜트, 해운정책 등 핵심 기능을 언제, 어떻게 부산으로 이전할지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라. 주소만 바꾸고 권한과 기능은 강화하지 않는 용두사미식 이전이라면, 해양수도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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