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면세점'이 '본업'된 인천공항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종우 서울경제부 부장

인천공항 5단계, 가덕신공항과 경쟁
면세점으로 돈 벌고 환승률은 하락
인천공항, 비항공 수익 70~80%대
김해공항의 비항공 수익은 60%대

인천공항이 5단계 확장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가덕신공항 건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천공항 5단계 확장은 가덕신공항과 예산 배분과 우선 순위, 노선 확장 등에서 직접 경쟁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4단계 확장까지 마무리한 인천공항은 외국인 유입 확대 등 ‘허브공항’ 역할을 위해 5단계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천공항은 정말 허브공항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인천공항은 2024년 4단계 확장 사업을 완료, 연간 수용 능력을 1억 600만 명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은 7066만 9246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057만 8050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천공항 5단계 확장을 추진하는 인천공항공사 등은 2033년 공항 시설이 또다시 포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천공항 5단계 확장 사업은 제5활주로와 제3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을 신규로 건설하는 내용이다. 6조 원이 투입되는 5단계 확장이 완료되면 인천공항은 연간 여객 1억 30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인천공항 5단계 사업이 추진되면 2030년 가덕신공항 개항과 맞물려 신공항의 항공사, 국제선 노선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이 ‘허브공항’ 역할을 강조하며 ‘덩치 키우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외국인 환승 등 허브공항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환승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1년 16.7%였던 인천공항 환승률은 2022년 15.6%, 2023년 12.8%, 2024년 11.6%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11.2%에 그쳤다.

인천공항이 환승률 감소에도 ‘수요 증가’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국제선 노선 몰아주기도 있다. 최근 김해공항을 비롯한 지방공항의 국제선 수요가 늘고 있지만 항공사 국제선 노선은 인천공항에 집중돼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공항의 국제선 운항 가운데 77%가 인천공항에 집중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5%에서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인천공항이 5단계 확장 사업의 근거로 제시한 국제선 수요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 국토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김도읍 의원은 인천공항의 수요에 대해 “정부의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보다 시기별로 300만~500만 명가량 더 높게 검토했다”고 비판했다.

인천공항의 수익 구조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거리 노선을 사실상 독점한 인천공항은 출국자의 면세점 이용과 연계된 ‘땅장사’로 주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 10년간 인천공항 수익 가운데 착륙료, 탑승료 등 ‘항공 수익’은 20% 안팎에 머물러 있다. 반면 상업시설 사용료, 임대료 등 ‘비항공 수익’은 70% 안팎으로 높다.

인천공항의 비항공 수익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1%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줄어들자 60%대로 줄었던 비항공 수익 비율은 이후 다시 상승해 지난해에는 77%를 기록했다. 인천공항의 경우 전체 수익 가운데 ‘상업시설 사용료’ 비율이 50~60%를 차지한다. 사실상 ‘면세점 장사’로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이 5단계 확장에 나선다고 해도 결국 제3터미널 건설로 면세점을 확대하는 ‘땅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공항의 수익구조는 김해공항과 비교된다. 김해공항은 항공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대이고 비항공 수익 비율은 60%대다. 항공 수익 비율이 인천공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김해공항 수익에서 비항공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0년간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61~63%로 유지되고 있다. 김해공항은 ‘운항금지시간’에도 불구하고 국제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슬롯(항공기 이착륙 횟수) 이용률도 80~90%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해공항은 늘어나는 국제선 수요 등에 힘입어 매년 흑자를 보고 있지만 인천공항과 달리 상당 부분 수익이 한국공항공사 산하 적자 공항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이런 실정에도 일부 중앙 언론은 인천공항의 ‘수익성’만 높이 평가하면서 전체 지방공항을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매도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가덕신공항이 개항하고 인천공항이 5단계 확장을 주장하는 2030년대에는 지역별 항공 수요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항공 소비자의 편익과 직항 노선 확대에 중심을 둔 공항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