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기록으로 그림 읽기] 키아프리즈, 헤어질 결심은 아닌 거죠?
키아프와 프리즈가 끝난 지 두어 달이 지났어도 화젯거리가 되는 것은 그만큼 인상이 깊었다는 말일 것이다. 2022년에 5년간 공동 개최하기로 계약했으니 내년에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앞날을 논의할 때이다. 자본을 쫓는 아트페어이니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궁금하다.
2025년 키아프 아트페어는 여러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전시된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이다. 무라카미 특유의 화려한 구성은 물론이고 일본 전통 회화에서 무로마치 시대부터 등장했던 화려한 금빛 바탕을 한 작품은 사람들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떠나서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또 이 작품은 ‘키아프리즈’라고도 불리는 이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두 아트페어가 비즈니스 목적에 따라 결합한 상품이라는 점을 최적하게 상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람객에게 국제적인 갤러리가 다루는 작가들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세우지만 냉정하게 보면 한국 미술시장을 프리즈가 꽤나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이 동거는 합의되었을 것이다. 키아프 역시 활력이 떨어지는 아트페어에 무언가 조치가 필요했기에 쌍방이 계약서에 서명했을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들 한다.
하지만 관람객, 프리즈, 키아프 모두에게 이익일 것 같았던 기묘한 동거 계약은 각자에게 손실 요소가 증가하리라고 판단되면 계약 종료를 선언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꽃이며 아이콘이 아트페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익을 감소시킬 가장 큰 요소는 무엇보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일 것이다. 올해에 두드러지게 프리즈 실적이 좋았다고 여러 평가가 있었던 반면, 상대적으로 키아프는 그렇게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국내 주요 갤러리 30여 곳이 프리즈에 참가하면서 키아프에 참가하지 않은 갤러리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키아프에 참가했던 다수 국내 갤러리는 불안한 눈빛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들 시장을 고스란히 프리즈에 스스로 내주었다는 자조감을 느끼면서 어쩌면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아트페어가 시작된 것이 40년(화랑미술제가 1982년 시작됨)이 넘는 동안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꾸준히 덩치를 키워온 한국 미술시장이지만, 더 다양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긴 상품(작품)을 찾아야 할 시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미술 애호가 혹은 관람객은 수준 높은 예술적 경험을 위해 카아프리즈의 헤어질 결심을 반대할지도 모른다.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