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산, 지속가능한 국제도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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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지음플러스 대표·프랑스건축사

세계디자인수도 선정, 상징적 출발점
일자리 부족·청년 유출 구조적 발목
글로벌 도시 공간적 해법 필요
해안선 따라 블루-그린 네트워크
지역 특성 살린 생태계 조성해야

부산 기장군 오랑대공원에서 본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부산일보 DB 부산 기장군 오랑대공원에서 본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부산일보 DB

지금 부산은 글로벌 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최근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선정은 그 상징적 출발점이다. 이는 부산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는 화려한 타이틀이나 외부 성취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도시 안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떠나고,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공동체 활력은 약해지고 있다. ‘노인과 아파트’라는 씁쓸한 이미지를 걷어내지 못하면 미래는 더는 빛을 발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부산은 이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인구 유출과 일자리 문제라는 뼈아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부산 고유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의 가치를 살리는 방식으로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내국인만의 도시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삶과 문화를 포용하는 ‘지속가능형 국제도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국제도시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연령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역동적 환경이 필요하다. 머무를 이유가 있는 도시만이 세계의 인재를 끌어당긴다.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외국인이 정착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글로벌 인재와 기업이 찾는 매력적인 터전이 되어야 한다. 결국, 목표는 세계와 어우러지면서도 도시 정체성을 지키는 ‘부산다운 국제도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공간적 해법을 제안한다.

먼저, 길고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블루(수자원)-그린(녹지) 네트워크 구축이다. 부산은 동해와 남해를 잇는 국내 최장 해안선을 자랑한다. 이 해안선을 단순한 관광 자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해안-항만-구도심-신도심-산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거대한 블루-그린 네트워크로 발전시켜야 한다. 세계인들이 감탄할 만한 해안 산책로, 생태 공원, 도심 속 자연 친화적인 녹지 공간을 조성하여,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치유와 휴식을 제공하는 국제도시의 허파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자연과 도시의 공존을 중시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부합한다.

이어서 선형 해안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굿 덴시티(Good Density)의 도시 밀도 조성이 필요하다. 부산의 도시는 해안선을 따라 선형으로 발전해 왔다. 지형적 특성을 존중하며, 무분별한 고층 개발이 아닌 해안선과 조화를 이루는 적정 밀도의 도시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 자연 지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건축물과 공공 공간을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밀도를 높이면서도 개방감과 조망권을 확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는 효율적인 토지 이용과 함께 국제적인 수준의 아름답고 지속 가능한 도시 경관을 구현하는 핵심 전략이다.

또 하나는, 부산의 지형과 맥락을 담은 다채로운 주거와 문화 및 상업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 표준화된 아파트가 아닌, 표정 있는 주거는 도시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든다. 성냥갑 아파트에서 벗어나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부산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을 반영한 공공주택 디자인이 필요하다. 테라스 하우스, 중정형, 저층·고밀 주택 등 다양한 주거 유형을 도입해 도시 경관과 공동체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빛·바람·조망을 살린 설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국제도시로서 부산의 주거 환경 혁신이며, 동시에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포용하는 다기능 주거 및 상업 공간의 토대가 된다. 또한, 1인 가구, 국제 교류 가정, 예술가 커뮤니티 등 특화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주거와 로컬 상권, 국제적 감각의 상업 공간이 공존해 활기찬 도시 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젊은 인구와 외국인이 정착하고 활동할 동기를 부여하며, 국제도시 부산의 매력을 한층 높일 것이다.

미래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시도할 때 찾아온다. 부산의 내일은 결국 스스로의 체질을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청년 인구 유출과 일자리 문제를 직시하고, ‘부산다운 국제도시’라는 공간적 해법으로 도시 가치를 재창조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부산은 관광 도시를 넘어 모든 세대와 다양한 문화권이 함께 살고 싶은 국제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세계는 이미 부산을 주목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부산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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