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 10년 점유하고… 울산역 환승센터 사업 엎은 롯데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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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
지역 핵심 성장동력… 2015년 시작
롯데울산개발 “사업성 부족” 이유 철회
현 공정률 10%, 임시 주차장만 조성
역세권 개발 백지화에 지역민 ‘부글’
“도시 경쟁력 저하 누가 책임지나”
울산시, 사업 지연 페널티 부과 검토

롯데울산개발이 제안한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의 조감도(왼쪽)와 지난 2023년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던 공사 현장의 모습. 당시 3%에 불과했던 공정률은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10%를 겨우 넘어섰다. 부산일보DB·울산도시공사 롯데울산개발이 제안한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의 조감도(왼쪽)와 지난 2023년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던 공사 현장의 모습. 당시 3%에 불과했던 공정률은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10%를 겨우 넘어섰다. 부산일보DB·울산도시공사

울산 서부권 개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 사업이 10년 만에 결국 백지화됐다. 사업 주체인 롯데울산개발이 수익성 악화를 내세워 사업을 공식 철회했다. 관문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을 장기간 묶어둔 롯데의 무책임한 결정에 울산 내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롯데울산개발은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울주군 삼남읍 신화리 복합환승센터 부지와 주차장 시설물을 울산도시공사에 매도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달 말 울산시와 울산도시공사에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 협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롯데 측이 2016년 매입한 사업 부지(3만 7732㎡)와 주차장 시설물은 매입가와 동일한 561억여 원에 울산도시공사로 반환한다. 해당 부지의 현재 감정평가액은 956억 원으로 추산된다.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은 2015년 6월 롯데쇼핑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며 첫발을 뗐다. 사업비 3125억 원을 투입해 KTX울산역 앞 7만 5480㎡(한국철도공사 소유 3만 7748㎡)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환승 시설과 쇼핑몰, 아웃렛, 키즈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사업을 통해 2400여 개의 일자리 창출과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됐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사업은 2018년 완공해야 했다. 그러나 공사는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영화관이 제외되고 임대 방식의 쇼핑몰 대신 분양 상가가 포함되기도 했다.

특히, 2019년과 2023년에는 롯데 측이 복합환승센터 지원시설용지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대와 ‘특혜성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울산시의 강경한 태도에 막혀 무산됐다. 2021년 착공한 뒤 현재 전체 공정률은 임시 주차장만 조성된 채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마저도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롯데는 온라인 쇼핑의 강세, 오프라인 매장의 경기 침체 등 변화된 소비 트렌드와 상권 변화를 고려할 때 센터의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회사로서도 그동안 공사와 관리 등으로 수백억 원대의 손해를 감수한 결정으로 안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철회하는 것이 울산에 피해를 덜 주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울산 내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역세권 개발이 표류하면서 발생한 기회비용과 울산이라는 도시 경쟁력 저하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롯데의 청사진을 믿고 기다린 투자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울산역 인근에 위치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환승센터를 짓겠다는 롯데의 장밋빛 청사진만 믿고 수많은 상인과 주민이 장장 10년을 기다려왔다”며 “공익사업을 명분으로 이익만 좇다 사업을 지연시킨 대기업의 뻔뻔한 행태에 대해 울산시가 나서서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남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김한준 위원장은 롯데가 창업주 고향에서조차 적자타령만 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김 위원장은 “공익사업은 외면하고 돈이 되는 아파트 건립에만 매달려 온 롯데의 행태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며 “주민과 지역 단체들이 논의해 불매 운동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금싸라기 부지를 내주고 복합환승센터를 기다려 온 울산시도 당혹감을 표하며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롯데 측에 협약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사업 지연과 포기에 대한 페널티 부과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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