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관광객 대중교통 불편한데 글로벌 도시 부산 되겠나
선진 도시 해외 신용카드 접촉 요금 결제
부산은 현금 충전만 가능해 불편 1순위
한류 확산에 힘입어 올해 부산 방문 외국인은 3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해운대와 광안리 등 명소에서 해외 관광객을 마주치는 건 일상이 됐다. 그런데 한국의 선진 문화와 발전상에 환호하던 이들은 뜻밖에 글로벌 기준에 뒤처진 교통 불편에 놀란다. 세계인이 익숙한 구글 지도 ‘길찾기’ 기능이 막혀 있는 건 오랜 논란이다. 안보 이유로 지도 반출이 제한된 점은 감안하더라도 대중교통에서 해외 신용카드를 쓸 수 없는 상황은 ‘글로벌 허브도시’의 지향에 걸맞지 않다. 도시의 첫인상은 교통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부산 교통은 이방인에게 문턱이 높다. 내국인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해외 선진 도시들은 실물 승차권 대신 신용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접촉하는 방식으로 바꿔왔으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 시내버스와 도시철도에서 외국 신용카드를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미국 뉴욕과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신용카드 국제 결제망을 활용한 ‘오픈 루프(Open Loop)’ 시스템이 도입된 것과 대조된다. 대신 티머니 등 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데, 해외 신용카드와 연동되지 않아 충전할 때는 현금만 가능하다. 부산에서 사용되는 외국인용 △비짓부산패스 △선불형 교통카드 △1회용 승차권 역시 모두 현금 충전 방식이다. 이방인이 맞닥뜨린 부산은 ‘현금 없는 사회’와 거리가 멀다.
부산교통공사가 올해 도시철도에서 중국의 ‘위챗 페이’ QR 결제로 승차권을 구입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중화권의 불편은 다소 해소될 조짐이다. 하지만 버스 연계 등 서비스 확대는 숙제로 남아 있다. 외국인에 불친절한 교통 서비스는 비단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내국인 편의에만 맞춰 시스템을 개발했다가 뒤늦게 해외 관광객까지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로 교체하려니 막대한 비용이 들어 지체되고 있다. 환승 할인까지 감안해야 하는 난제이기도 하다. 지난 8월 제주도는 국내 최초로 시내버스에 오픈 루프 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지 말고, 기술적 해결책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부산시는 비자·마스터카드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를 2027년 말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외국인용 모바일 교통카드도 개발된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부산시가 외국 관광객 불편 해소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내국인들은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티맵으로 실시간 교통 정보를 활용하고, 환승 할인 혜택까지 누리는 도시에서 외국인은 길을 헤매고 승차 불편까지 감수하게 방치하는 것은 도시의 품격 문제다. 부산이 불편한 도시로 비칠 수 있는 이 상황은 ‘글로벌 허브도시’의 미래상과도 어긋난다.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자유롭고 평등한 이동권을 누려야 ‘글로벌 허브도시’다. 도시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