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서 잇따르는 캄보디아 실종 신고, 더 이상 피해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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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납치·감금' 8월까지 330건 달해
국민 안전 위한 정부 총력 대응 서둘러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에 납치돼 고문 끝에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알려진 이후 유사 피해를 우려하는 실종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캄보디아가 한국인을 표적으로 하는 국제범죄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경찰 등은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특히 정부는 캄보디아 정부와 공조 체제 구축도 하지 않은 데다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한 협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이 문제에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은 비록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종 신고에 대한 신속한 확인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속도감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부산에서는 이달 초 50대 남성 A 씨가 캄보디아에 간다고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는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A 씨는 최근 가족에게 캄보디아의 한 건물에 있다며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남성이 캄보디아에 납치돼 있다는 연락이 왔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이 남성은 지난 5월 초 캄보디아와 국경이 맞닿은 베트남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에서도 20대 남녀 3명이 캄보디아에 갔다가 감금됐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달 캄보디아로 출국한 30대 남성은 연락 두절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경찰에 신고한 사례 중 아직까지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은 사례도 4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늘었다.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신고는 330건에 달한다. 이런 수치들은 우리 정부가 수년 전부터 캄보디아 범죄 사태에 한층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아직 양국 공조 체제조차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국민들이 고액 급여를 준다는 달콤한 사기 광고에 속아 납치, 감금 등의 불법행위에 노출됐지만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경고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13일에야 경찰청, 외교부 등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정부가 아직도 사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캄보디아에 교량 건설, 보건 의료 등에 필요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 1789억 원, 2023년 1805억 원, 2024년 2178억 원에 이어 올해 지원 규모는 4353억 원에 달한다. 대규모 예산 지원을 하면서도 확실한 공조 체제조차 구축하지 못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올 8월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연루된 자국민을 송환하기 위해 양국 공조 속에 수사관 80명을 파견한 일본의 대응과도 대비된다. 이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 국민 홍보 확대, 범죄 우려 지역에 대한 여행 제한 강화, 현지 한인 사건 전담 경찰관 확충, 공관 인력과 예산 확대 등 국민 안전을 위한 총력전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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