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한없이 불편한 부산 대중교통 '글로벌 도시' 무색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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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체크카드는 사용 불가
비짓부산패스·선불 교통카드
승차권 모두 현금 결제 필수
‘위챗 페이’ 중국인 초점 한계
해외 주요 도시, 국제 결제망
‘관광객 300만 시대’ 과제로
시 “결제 시스템 정비할 것”

외국인 관광객이 신용카드로 부산 등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불편을 겪는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위챗 페이를 활용해 부산도시철도 승차권을 발급받는 모습. 부산교통공사 제공 외국인 관광객이 신용카드로 부산 등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불편을 겪는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위챗 페이를 활용해 부산도시철도 승차권을 발급받는 모습. 부산교통공사 제공

올해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지만, 대중교통 결제 환경은 해외 주요 관광 도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비자·마스터카드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하고 일부 결제 시스템은 중화권 관광객 편의에만 집중돼 있어 현금 결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대중교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통권은 △비짓부산패스(24시간·48시간·빅3·빅5권) 4종 △선불형 교통카드(티머니·캐시비) △1회용 승차권 등이다. 3종류의 교통권 모두 구매나 사용 과정에서 현금 결제가 필수적이다.

비짓부산패스 4종은 모바일 패스와 실물 카드 패스로 나뉘는데, 모바일 패스는 관광지 결제 전용이라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하고 실물 카드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현금을 별도 충전해야 한다. 비짓부산패스는 지난 7월까지 총 21만 장이 팔렸다. 관광객 중 10% 이상이 비짓부산패스를 구매하지만 이를 통한 대중교통 이용 불편은 해결할 수 없다. 선불형 교통카드, 1회용 승차권도 모두 현금을 충전해야 한다.

시에 따르면 현재 시스템은 국내 카드사 중심으로 설계돼 해외 결제망을 바로 연결하기 어렵고 환승·정산 체계를 이유로 외국인이 소유한 신용 카드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과 대구 등 국내 다른 도시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런던·뉴욕·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도시가 비자·마스터 카드 등 국제 결제망에 연결된 ‘오픈 루프(Open Loop)’ 시스템을 최근 잇달아 도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제주도가 처음으로 시내버스 800여 대에 오픈 루프 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제주도는 관광 편의 증대를 위해 지난 3월 비자를 포함한 글로벌 결제사와 ‘제주형 결제 시스템 고도화 및 보급 확대를 위한 시행 협약’을 맺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소유한 비자 카드로 버스를 탈 수 있다. 환승 등 여건이 다르지만 오픈 루프 방식의 국내 도입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상황이다.

부산교통공사는 관광객 불편 해소를 위해 중국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위챗 페이(WeChat Pay)’ QR 결제를 도입했다. 다만 이 역시 중국인 관광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비 중화권 관광객에게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올해 1~7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보면 대만(37만 7천 명), 중국(31만 명) 관광객 숫자가 1, 2위를 기록했으나 일본(26만 명), 미국(14만 명) 관광객도 40만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중교통 결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과 부산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부산이 글로벌 허브 관광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관광객 불편 사항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일부 개찰구는 비자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분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오픈 루프 방식의 결제 시스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모바일 교통카드 개발도 함께 추진한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비자·마스터카드로 교통수단 결제가 가능한 EMV 규격 카드 단말기를 대중교통에 2027년 말까지 도입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해외 결제사와 수수료 협상, 기술 종속 문제 등을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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