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백신 논란, 과학과 공포 사이
윤여진 스포츠라이프부 차장
지난주 공개된 코로나19 백신 관련 연구 결과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팀이 2021~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성인 약 840만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것인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백신 종류별로는 cDNA 백신(아스트라제네카·얀센)은 갑상선암·위암·대장암·폐암·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였다.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은 갑상선암·대장암·폐암·유방암, 교차 접종은 갑상선암·유방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백신이 암을 직접 유발한다고 볼 수는 없고, 장기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오는 15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무료예방 접종 시행을 앞둔 지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백신의 위험성 문제는 백신 탄생과 궤를 같이 한 해묵은 난제다. 최근 번역 출간된 〈과학이 말하는 백신 접종 VS 백신 비접종〉 역시 백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백신 논쟁의 핵심이 과학이 아닌 ‘감정’에 있다고 지적한 대목에 시선이 머문다. 감염에 대한 공포와 도덕적 압박이 먼저 작동해 ‘다른 사람을 위해 맞아야 한다’는 명분이 생겼지만, 정작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청소년의 심근염 위험이 29.61배 높았고, 2020년 12월 이후 자연유산 3576건이 보고됐다는 책의 통계는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에 대한 반박 근거가 된다.
의학계는 정면 반박하고 있다. 백신 부작용의 발생률과 심각성은 백신이 예방하는 질병의 위험성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역시 1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암 발병 기전을 규명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연구 결과로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암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백신이 인류에 가져다준 혜택은 명백하다. WHO 통계 결과 소아마비의 경우 1988년 아프리카에서만 연간 약 35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지만 백신 접종 캠페인을 통해 2017년 22명으로 급감했다. 홍역 역시 1963년 백신 개발 이후 사망이 90% 줄어든 바 있다.
하지만 백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1988년 이후 백신 부작용 피해자에게 50억 달러 상당을 보상한 미국 보건복지부의 사례 등은 백신이 절대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백신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개인별 맞춤 접종 도입이 필요한 대목이다.
어쩌면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불신’일 것이다. 의학계 일각에서 지적하듯 “현재 아동 예방접종 일정은 완전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비교해 검증된 적이 없다”는 점은 타당한 우려다. 백신의 장기적 효과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백신 자체를 거부할 이유가 되지 않는 것 또한 설득력 있다.
백신의 위험성을 줄곧 알려온 동의의료원 송무호 의무원장은 “백신은 과학이지 종교가 아니다”고 했다. 감정이 아닌 과학으로, 공포가 아닌 데이터로 백신을 평가할 수 있도록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안전성 모니터링, 개인의 선택권 존중도 뒷받침돼야 한다. 무조건적인 거부가 답이 아니듯 일방적인 강요도 답이 될 수는 없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