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형 앵커기업' 고도화가 지역 제조업 대부활 이끈다
올해 6곳 선정 신기술 확보 등 지원
일자리 창출·균형성장 발판 마련을
부산지역 전통 제조업은 산업화 이후 한국 경제의 근간 역할을 했지만, 점차 활력을 잃어 왔다. 이제 제조업 위축이 부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BNK부산은행, 부산일보가 지역 제조업 미래를 책임질 ‘중견기업 살리기 프로젝트’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신기술 확보나 신시장 개척에 뛰어든 ‘부산형 앵커기업’(매뉴콘) 도약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매뉴콘’은 제조와 유니콘의 합성어로 기업가치 1조 원 수준의 성장이 기대되는 제조 기업을 말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앵커기업들이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시는 2029년까지 총 117억 원을 투입해 성장 잠재력이 큰 제조 분야 앵커기업 17개 안팎을 선정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는 2024년 1기 매뉴콘 3개사를 뽑은 데 이어 올해 2기 6개사를 추가 선정했다. 탑티어 앵커(연 매출 2000억 원 이상)로 효성전기(주)와 조광페인트(주)가 뽑혔고, 300억 원 이상 2000억 원 미만 규모의 앵커기업으로 (주)아셈스와 선보공업(주)이 선정됐다. 연 매출 300억 원 미만의 프리 앵커는 (주)일주지앤에스, (주)모플랫으로 정해졌다. 고용 창출, 기술 파급력 등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고도화는 지역 제조업 대부활을 이끄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가운데 자동차용 모터 전문 기업 효성전기(주)는 자동차 에어컨과 히터 시스템 핵심 부품인 ‘블로어 모터’ 분야 글로벌 1위 타이틀을 가시권에 둔 상태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스피드, 서비스, 가격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78년 전통의 조광페인트(주)는 친환경 건축 설루션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차세대 스마트 단열 시스템 공동개발에 착수하며 과감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열제어 코팅’ 등 초정밀 기술 국산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연구개발(R&D)에 비중을 두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지역 제조업의 희망을 볼 수 있어 고무적이다.
부산에는 연 매출 2000억 원 이상의 제조기업이 40여 곳에 그칠 정도로 제조업 기반이 많이 약하다.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려고 해도 큰 규모의 기업이 없어 아까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부산형 앵커기업을 키워 작은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제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앵커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개발과 특허·시험·인증 지원, 해외 진출 지원 등을 활발하게 펼쳐 지역 산업의 중심축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역 사회가 합심해 부산형 앵커기업 고도화를 이뤄내고,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 제조업 활력 회복, 지역 균형성장 등 시너지를 만들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