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연일 대여 공세… 이미지 변신?
12일 해운대 벡스코서 진중권과 대담
중앙 정치 이슈에 적극적 주장 피력
내년 지방선거 정치적 입지 확대 의도
공격적인 전략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박형준 부산시장이 연일 여권을 향해 ‘완장 찬 권력’ ‘입법 독재’라고 비판하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 정치 상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존재감을 키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전략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 이목이 집중된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진중권 시사평론가와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박 시장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권력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의 국정 운영을 보면 이런 원칙을 어기고 있다”며 “선출된 권력이라고 해서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쓰면 삼권분립에 따른 견제와 균형이 무너져 결국 인민민주주의나 공산주의로 전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사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선 “다수당이라고 해서 사법부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아주 위험한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입법 독재의 연장선상이며 민주주의를 내세워 정권을 잡은 세력이 민주주의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최근 시정 홍보뿐만 아니라 평소 발언을 아껴 온 중앙 정치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민주주의를 중심에 둔다고 하는 세력이 삼권분립의 의회가 우위에 있다. 이런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그 자체가 인민민주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박 시장의 공격적인 행보가 내년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부산은 보수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지만 최근 지역 분위기는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박 시장은 ‘약한 전투력’이라고 비판받는 자신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며 여론을 전환하려는 모습이다. 부산 국민의힘 내부에선 박 시장의 적극적인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박 시장은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국회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1박 2일 천막 농성에 나선 바 있는데, 끈질기고 투쟁력 있는 모습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지역 야권 관계자는 “박 시장에게 보고 싶었던 모습은 어떻게든 결과를 내는 전투력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이 지역 이슈뿐만 아니라 중앙 정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발언 수위는 높아졌지만 당의 장외투쟁 등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면 중도 보수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가며 정치적 부동층도 함께 포섭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의 공격적인 이미지 변신 전략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승리의 최대 승부처로 인식되는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탈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부산시장을 가져온다면 전국 정당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뿐만 아니라 중앙 여권에서 ‘내란 동조’ 의혹과 부산시정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이유로도 분석된다.
지방선거는 후보 경쟁력도 관건이지만 광역·기초 의원을 한 정당 소속 후보로 일제히 찍는 ‘줄투표’ 경향도 존재한다. 그만큼 선거의 중심이 되는 부산시장 후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의제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여론 전환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까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겠는가”라고 분석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