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해공항 아찔한 선회 착륙 급증… 신공항 시급한 이유
올 7월 중순까지 5557대 지난해 상회
산악 지형 근접 착륙 대형 사고 위험성
대형 사고 위험성이 높은 김해공항 ‘선회접근 착륙’ 횟수가 매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일보〉가 입수한 최근 5년간 김해공항 민항기 착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중순까지 김해공항에 착륙한 민항기 2만 7281대 중 5557대(20.4%)가 선회접근으로 18L/R 활주로에 착륙했다. 약 7개월 만에 지난해 18L/R 활주로 착륙 횟수(5310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선회접근 착륙은 2020년 2413대, 2021년 2732대, 2022년 4134대, 2023년 4468대, 2024년 5310대로 매년 늘고 있다. 비행기가 선회접근을 할 경우, 돗대산 등 산악 지형에 근접해 착륙하기 때문에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해공항 착륙 방법은 다대포해수욕장과 을숙도를 거쳐 36L/R 활주로에 착륙하거나, 남해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선회접근해 18L/R 활주로로 내리는 경우 등 두 가지라고 한다. 관제 당국은 김해공항 일대에 14.816km/h 이상의 남풍이 불면, 착륙 안전을 위해 맞바람을 받도록 18L/R 활주로로 착륙을 유도한다. 18L/R 활주로 착륙을 위해서는 항공기가 산악 지형과 인접한 김해공항 활주로 북쪽 상공에서 우회전한 뒤 남쪽으로 내리는 ‘선회접근’을 해야 해 착륙 난도가 높다는 것이다. 선회 착륙 횟수가 급증할수록 공항 전반의 사고 위험성도 높아진다. 김해공항 이용객들은 항공기 착륙 때마다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래 머물면서, 김해공항에서 선회접근을 유발하는 남풍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상궤도를 벗어난 착륙 시도와 활주로 오착륙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올 6월에는 대만 중화항공 소속 여객기가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나 돗대산과 1km 남짓한 거리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복항하기도 했다. 2002년 중국 민항기가 선회접근 중 돗대산과 충돌해 129명이 숨진 악몽을 되풀이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또 3월과 6월에는 선회비행 중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에 오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 들어 이러한 비행기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해공항은 활주로 끝에 돗대산이 있어 착륙 준비 거리가 아주 짧다. 낮은 고도에서 급격히 선회할 경우 착륙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활주로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남풍이 부는 여름에는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국적 항공기 조종사가 까다롭게 느낄 수 있다. 관제 당국의 안전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증가하는 선회 착륙으로 인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만이 해법이다. 지형적 특수성에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김해공항의 착륙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만큼, 정부는 가덕신공항 조성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