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만의 ICAO 참여, 세계 항공 안전 위한 필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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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개 주부산 타이베이대표부 처장




교통은 문명의 진보를 떠받치는 토대이다. 20세기 비행 기술이 등장한 이래 인류의 활동 반경은 끊임없이 확장되었고, 문명 또한 그만큼 번영하였다. 특히 항공 운송은 거리와 시간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세계화와 공급망 형성을 가속화하였다. 그러나 항공 교통의 발전은 새로운 과제를 동반한다. 점차 혼잡해지는 공역 속에서 어떻게 안전성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세계 항공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을 한다.

대만은 동북아와 동남아의 교차점에 위치해 대체 불가능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닌다. 2024년 타오위안 국제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는 세계 13위, 화물 처리량은 10위를 기록하였다. 같은 해 대만 비행정보구역(FIR)은 164만 회 이상의 항공편을 관제하였으며, 이는 대만을 오가는 여객뿐 아니라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환승 항공편까지 포함한다. 예컨대 서울에서 싱가포르, 자카르타, 마닐라로 향하는 항공편 대부분이 대만 FIR을 통과한다. 이는 대만이 지역 항공 네트워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대만과 한국의 관광 교류 또한 항공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1992년 양국 간 상호 방문객은 18만 명에 불과했으나 정책과 민간 교류의 노력으로 2019년에는 245만 명으로 13배 증가하였다. 2024년에도 상호 방문객은 243만 명에 달해 양국은 서로에게 세 번째로 큰 관광객 송출국이 되었으며, 그 중 대만인의 한국 방문은 143만 명이고, 특히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에서는 대만인이 1위를 차지하였다. 현재 양국 간 직항 노선은 주당 약 270편으로 인천, 김포, 청주, 대구, 부산, 제주를 잇고 있다. 이러한 긴밀한 교류들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항공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 안전에는 결코 우연이 없다. 올해 중화항공은 두 차례의 착륙 활주로 오류 사건을 겪었으며, 감독 기관은 즉시 조사관을 파견해 ‘제로 톨러런스’ 원칙을 명확히 했다. 부산 김해공항은 지형적 특수성으로 인해 강한 측풍과 산곡 기류가 잦아 착륙이 어렵다. 이에 따라 중화항공은 최신 기종인 A321neo를 타이베이–부산 노선에 투입하였다. 이 기종은 더 높은 뒷바람 착륙 기준을 충족해 회항 및 지연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승객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비행을 제공한다. 이는 대만 승객뿐 아니라 해당 공역을 통과하는 모든 항공편의 안전을 지키는 조치이다.

대만 항공 산업의 전문성은 국제적으로도 지속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대만 교통부 민용항공국은 또한 지속가능 발전을 적극 추진하며, ICAO의 탄소배출 감축 제도(CORSIA)를 국내 법규에 반영하였다. 2025년에는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 시범 계획을 시작해 탄소중립을 향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이 ICAO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노력은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세계 항공 안전 협력 체계에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대만을 ICAO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 항공 안전에는 국경이 없다. 정보 공유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전체 시스템이 위협을 받는다. 대만의 ICAO 참여를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지역과 세계 항공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국제 사회, 특히 대만과 항공로로 긴밀히 연결된 국가들은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항공 안전은 전 인류의 공동 이익이다. 대만이 ICAO에 참여할 수 있어야 수백만 명의 한국인과 다른 국가 여행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세계 항공 운송의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든 이해 당사자를 포함해야만 ICAO는 ‘안전한 하늘,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비전을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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