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2단계서 물밑 추진… 자금 조달 확정 땐 수면 위로 [커버스토리]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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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해상도시, 언제쯤 띄울까

유엔 해비타트 후보지 낙점 후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제동
북항 1단계→2단계로 부지 변경
해상스마트시티 포럼 매년 개최
구체적 실현 기술·전략 등 논의
6억 달러 자금 유치 여부 관건
부산시 “추진 업체 확답 못받아”

해상도시 개발 기업 오셔닉스가 공개한 세계 최초 부산 ‘해상 도시’ 조성 이미지. 최대 300명이 거주 가능한 하나의 모듈이 최소 단위이며 모듈 6개가 모여 마을(빌리지)을, 마을 6개가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형태다. 부산일보DB 해상도시 개발 기업 오셔닉스가 공개한 세계 최초 부산 ‘해상 도시’ 조성 이미지. 최대 300명이 거주 가능한 하나의 모듈이 최소 단위이며 모듈 6개가 모여 마을(빌리지)을, 마을 6개가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형태다. 부산일보DB
정면에서 본 모습. 부산일보DB 정면에서 본 모습. 부산일보DB

에너지·물·식량 등을 자급자족 하는 방식으로 해양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도시’. 불과 2023년만 해도 현실로 다가왔던 부산 앞바다의 모습이다. 하지만 2023년 11월 2030월드엑스포 유치 실패로 추진 동력을 잃으며,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부산시는 해상도시를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등 인류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장기적인 대안으로 보고 여전히 물밑에서 추진 중이다.

■10월, 해상스마트시티 포럼 열린다

부산시는 2022년부터 매년 해상도시의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포럼을 진행해왔다. 2030엑스포 유치에 도전장을 내민 2022년에는 ‘제1회 해상스마트시티 포럼’이 열렸으며, 유치전이 활발했던 2023년 10월엔 해상스마트시티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시는 2023년 11월에 2030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으나, 이듬해인 2024년에도 해상스마트시티 포럼을 열었다.

올해도 세 번째 해상스마트시티 포럼이 열린다. 부산시는 오는 10월 ‘제3회 해상스마트시티 포럼’을 열기 위해 지난달 30일 ‘해상스마트시티 포럼 개최 용역’을 발주했다. 포럼은 부산시 주체로 열리며, 해상스마트시티 조성 민관 합동 TF, 한국해양과학기술협의회가 공동 주관할 계획이다.

세부 프로그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상도시 관련 법·제도와 더불어 핵심기술, 기술 고도화 전략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시는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대안으로 ‘해상스마트시티’의 가능성을 다룬다. 이번 포럼에서는 실현 가능성 높은 국내외 해상도시 추진 사례를 소개하고, 인지도 높은 저명한 석학을 초청해 해상스마트시티의 전반적인 비전과 글로벌 협력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기술, 제도, 전략 등도 포럼에서 논의된다.

■해상도시, 어디까지 왔나

도시와 인간 정주 분야를 관장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유엔 해비타트’는 2019년 해상도시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하고 시범 건설지로 미국 뉴욕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등을 검토하다, 2021년 11월 최종 후보지로 부산을 낙점했다. ‘오셔닉스 부산’ 시범사업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됐다. 사업에 드는 예산 총 6억 달러는 오셔닉스가 부담하고 부산시는 해양 공간과 각종 인허가에 협조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오셔닉스 부산이 처음 제시한 청사진은 그야말로 미래 도시의 모습이었다. 모듈 형태로 제작한 뒤 연결해 부유식 플랫폼을 형성하는 방식의 해상도시는 각 모듈 위치를 바꿀 수도 있고, 전체가 통째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를 엑스포 개최 무대인 북항 일원에 띄우며, 약 2만 5550㎡ 규모의 모듈은 1만 2000여 명의 거주자와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다.

이후 오셔닉스는 2022년 12월 삼우설계와 해상도시 건설의 타당성 조사와 입지 분석 등을 위한 기본 용역 계약을 맺었다. 해상도시 건설에 필요한 법체계를 분석하고, 이에 맞게 인허가를 추진할 수 있는 로드맵을 짜는 것이 목표였다. 용역에는 투자 유치, 운영 방안 등도 포함됐다. 동시에 부산시는 행정적인 지원 사항을 발굴하기 위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해상도시 추진 전략 수립 용역을 체결했다.

하지만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서, 부산항 북항 1단계 인근 바다는 명분을 잃게 됐다. 게다가 1단계 앞 바다는 배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인 탓에 교통 간섭의 문제도 있었다. 시는 오셔닉스 측과 북항 2단계에 해상도시를 띄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6월에도 오셔닉스와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등 부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북항 2단계 사업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부산항만공사(BPA)와도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KOIST가 진행했던 추진 전략 수립 용역은 지난해 9월 마무리 돼 부산시가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관건인 자금 조달 여부는 불투명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스타트업인 오셔닉스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부산시가 오셔닉스 쪽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지만, 기본 계획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부산시 해상도시팀은 포럼 진행과 더불어 추진 실무 TF를 꾸준히 가동해 회의를 이어오고 있다.

오셔닉스 이타이 마다몸베(Itai Madamombe) 공동설립자는 2022년 10월 열린 제16회 세계해양포럼 기조강연에서 “만약 박람회 유치에 실패한다고 하더라고 계속 프로젝트는 진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투자 유치 방안에 대해서는 오셔닉스는 시기상조라는 입장만 표명하고 있다.

부산시도 자금 조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상황이다. 부산시 해상도시팀 관계자는 “ 아직 6억 달러에 대한 자금 조달 방안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에 대한 부분은 계속 소통을 이어나갈 것이며 해상도시 사업은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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