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에너지 구매로… 한국, 日·EU와 동등 관세 확보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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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결 의미와 손익계산서

대미 불확실성 ‘다소 해소’ 평가
미국 시장 경쟁국과 비슷한 입장
대미 투자, 원안보다 크게 늘어
4년간 미국산 에너지 구매 약속
국제 통상 환경 변화 대비 필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통상협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통상협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유관 부처가 총출동해 꾸린 협상단이 상호 관세 유예 시한(미국 현지 시간 8월 1일)을 앞두고 30일(현지 시간) 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일단 대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다. 국익에 부합하는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글로벌 통상 환경의 구조적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협상 타결 내용은 크게 △미국의 관세 인하 △대미 투자 펀드 조성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 3가지로 요약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한국에 대해 발표한 15%의 상호 관세는 이보다 앞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이다. 따라서 미국 시장에서 일본, EU와 경쟁하는 한국으로선 일단 외형적으로는 더 불리하지는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이 이 같은 관세 인하(25%→15%)를 조건으로 미국에 약속한 조건도 일본·EU와 비슷하다.

한국은 먼저 3500억 달러(약 487조 7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기간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4000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한국이 애초 미측에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1000억 달러+α’ 보다는 훨씬 크다. 일본은 5500억 달러(764조 원), EU는 6000억 달러(833조 3000억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대미 투자에서 나오는 이익의 90%를 미국이 갖는 조건이라고 미국은 발표했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전용 펀드가 포함된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오전에 직접 밝혔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다.

한국은 한미 무역 불균형 완화 차원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1000억 달러(139조 원) 상당을 4년간 구매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이 요청한 알래스카 LNG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은 이번 협상 내용에 포함되지 않아 추후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여지를 남겼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춰졌다. 앞서 미국은 일본과 EU에 대해서도 자동차의 품목별 관세를 각각 15%로 발표했다. 우리 측은 이번 협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특수성을 감안해 자동차 관세를 12.5%로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자동차 15%는 마지노선’이라는 미국 측 강경 입장을 꺾지는 못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동차 생산·수출국이 한국과 일본, EU인데, “한번 균형이 15%로 맞춰지면 균형을 깨기 쉽지 않다”는 게 협상단의 설명이다.

미국이 추후 발효할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와 관련해서는 한국은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기로 했다. 자동차·트럭·농산물 등 대미 교역은 완전 개방하되, 쌀·소고기는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한국에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지만, 우리 측은 ‘소고기와 쌀은 레드라인이라고 강한 입장을 보여 끝내 지켜냈다. 이 밖에 한미 간 현안인 주한 미군 감축 및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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