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국제관광도시의 ‘진짜 얼굴’ 만들기 위해
김기헌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
2017년 파견 근무로 처음 부산에 발을 디뎠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풍경은 부산역 앞 노숙자들의 모습이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과연 이 모습이 세계인들이 처음 마주하게 될 국제도시 부산의 첫인상이어도 괜찮은 걸까?”
그 질문은 곧 내 안에서 하나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이후 8년 동안 부산의 수많은 관광 현장을 누비며, ‘부산 관광의 본질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실천해왔다. 말로 하는 비전보다, 눈앞의 불편에 먼저 반응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한 관광의 시작이었다.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는 늘 혼잡하고 무질서했다. 플래카드와 불법 주차 문제는 시민과 관광객 모두의 불만이었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과 몇달간 의견을 조율한 끝에, 구남로는 단 4개월 만에 깔끔하고 열린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부산역 앞의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부산시장, 관광국장, 코레일 관계자들과 협의하면서 조금씩 ‘부끄러운 첫인상’이 ‘환영의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모든 변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의 불편함을 바로 보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몸으로 체감했다.
물론, 아직도 부산에는 해결되지 않은 숙제들이 많다. 달맞이길 상권 활성화를 위한 주차 문제, 오랑대의 낙서와 환경 훼손, 외국인을 위한 관광 안내판의 오류들. 이들은 작고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도시의 품격을 결정짓는 요소들이다. 누군가 해주겠지 하고 넘기면, 관광도시는 외형만 화려한 껍데기로 남을 수밖에 없다.
관광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사람을 반기는 기술이고, 배려와 감성의 경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말을 믿는다.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시민과 여행자의 눈으로 불편을 찾아내고, 관계자들과 함께 작게라도 움직이면, 그게 바로 관광이 살아 숨 쉬는 순간이 된다.
부산은 이미 매력적인 도시다. 해운대, 감천문화마을, 송도, 오시리아 등. 부산의 곳곳이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경쟁력은 도시의 하드웨어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가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관광의 완성은 멋진 사진을 찍는 데 있지 않다. 도시를 어떻게 기억하게 만들 것인가, 그 ‘마지막 인상’까지 책임지는 데 있다.
이제 부산은 ‘보여주는 도시(SHOW)’가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도시(LOVE)’가 되어야 한다. 오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 그리고 오래 머무르고 싶은 도시. 그렇게 되기 위해 필요한 건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오늘 내가 느낀 불편함을 솔직히 말하고, 그것을 바꾸려는 작은 용기다.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서 충분히 멋진 도시다. 그리고 이미 세계인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는 이 도시가 세계인에게 단지 ‘새로움’과 ‘휴식’을 넘어서,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진짜 글로벌 관광도시로 나아갈 차례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지금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글로벌 허브 도시를 추구하는 부산의 내일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