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에 세계적 오션밸리를 만들자
류동근 국립한국해양대 총장
지자체·대학 지역산업 주도 사례
실리콘밸리 등 세계 곳곳서 확인
부산형 라이즈 사업 추진 계기로
해양 인프라 혁신 중심지 기대감
최근 부산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위한 부산형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구축(라이즈)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라이즈 사업은 지자체와 대학이 손을 잡고 지역의 혁신과 성장을 함께 이끌자는 취지로 마련된 정책이다.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지역산업 성장을 주도한 사례는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스탠퍼드대), 영국의 케임브리지 클러스터, 핀란드 오울루,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지역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1950년대 이후 스탠퍼드대는 교수와 학생의 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스탠퍼드 리서치 파크를 설립해 지역 기업과 공동 연구를 추진했다. 이 과정을 통해 HP, Google, Cisco 등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했고, 실리콘밸리는 수십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세계 최대 ICT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실리콘밸리 조성 초기에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전자산업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벤처 캐피털이 초기 단계 공격적 투자를 한 것도 성장을 촉진했다. 현재 글로벌 벤처 캐피털의 30~40%가 실리콘밸리에 집중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기술 사업화와 벤처 지원을 위해 케임브리지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고, 대학 내 연구 성과의 창업을 장려했다. 이로 인해 1500개 이상의 첨단기술 기업이 밀집하는 케임브리지 클러스터가 만들어져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게 됐다.
핀란드 오울루대는 노키아와 협력해 무선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연구센터와 스타트업 육성 기관을 설립했다. 대학과 기업 간 긴밀한 협력으로 ICT 기반 산업이 급성장했고, 지역 일자리 창출과 기술 수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과대는 필립스와 같은 대기업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 산업을 발전시켰다. 특히 ‘브레인포트’라는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해 첨단기술 기업, 연구소, 공공기관이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혁신도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해외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브레인포트는 네덜란드 전체 연구개발비의 3분의 1이 집행되는 지역이 됐다. 브레인포트 지역 인구는 네덜란드 전체의 4%에 불과하지만 특허 수는 50%를 웃돈다.
이들 사례는 대학이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기술이전, 창업 지원, 산학협력 등을 통해 지역 경제와 산업을 성장시킨 대표적 예다. 부산의 지역 대학들도 이 같은 모델을 참고해 산업 특화 전략과 지역 맞춤형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산형 라이즈 사업 추진으로 부산에 세계적인 오션밸리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부산오션밸리(Busan Ocean Valley)는 부산을 해양산업 혁신의 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한 클러스터 또는 해양산업벨트 개념이다. 이는 해양, 수산, 조선, 해운, 항만, 해양바이오, 스마트 해양기술 등을 아우르는 융복합 해양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전략이다. 부산오션밸리 구축 비전은 ‘세계적인 해양산업 혁신 허브, 글로벌 오션테크 도시 부산’을 만드는 것이다.
주요 실행전략으로 첫째는 해양 관련 기업, 대학, 연구소, 스타트업 등 클러스터 조성이다. 현재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 공공기관들이 해양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고, 녹산산단, 미음산단, 부산항 신항 지역에는 조선해양기자재, 물류관련 기업들이 집적하고 있다. 부산 전 지역을 오션밸리로 글로벌 브랜드화하고 기업 유치와 투자 촉진을 위한 인프라 개선과 금융·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스마트 자율운항선박 시스템 개발, 스마트항만, 해양플랜트 유지보수, 해양바이오, 해양신소재, 해양로봇 및 수중 드론 개발, 해양재난 대응 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학연 공동 기술 개발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고 대학 오픈캠퍼스를 활용해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해양기술 전문인력 교육·훈련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지역대학 연합 해양모빌리티 분야 특성화 교육과정, 취·창업 역량강화, 재직자 교육, 청년 인턴십 및 채용 연계형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넷째, 창업·투자 촉진을 위한 해양 분야 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 생태계 활성화가 필요하다. 투자 유치 데모데이, 창업 경진대회 개최, 지자체와 민간 공동 출자 해양기술펀드 조성이 필요하다. 다섯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협력 및 브랜드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해양도시와 기술교류 및 MOU 체결, ‘오션테크 부산’ 글로벌 컨퍼런스 개최가 도움될 것이다. 부산오션밸리 구축을 통해 해양 관련 기업 수 증가, 수출 경쟁력 강화, 청년 해양 일자리 확대 및 지역 정착률 제고, 해양 핵심 기술의 글로벌 수준 향상, 지속가능한 해양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