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알바하던 법학도가 도편수되다… 내장사 대웅전 복원한 양태현 대목수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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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처마 곡선에 매료돼 전통건축으로 진로 바꿔
대목수·드잡이 등 자격증에 문화재학 박사학위까지
구례 화엄사 탑전·순천 낙안읍성 가옥도 그의 손 거쳐

최근 전북 정읍 내장사 대웅전을 복원한 양태현 대목수. 국가유산기능인협회 제공 최근 전북 정읍 내장사 대웅전을 복원한 양태현 대목수. 국가유산기능인협회 제공

학비를 벌기 위해 한옥 건설 현장에 아르바이트 나갔던 법학도가 전통 건축을 되살리는 ‘도편수’(전통기법으로 한식 목공을 관리·감독하는 기술자)가 됐다.

최근 전북 정읍 내장사 대웅전을 복원한 양태현(47) 대목수는 “아픔이 많은 법당 건물인 만큼 많은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반야용선(般若龍船, 극락정토로 건너갈 때 타고 가는 배)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년고찰인 내장사 대웅전은 지난 2021년 방화로 소실된 것을 비롯해 636년 창건 이래 5번의 화재가 발생했다.

내장사 대웅전은 오는 9월 완공식을 가질 예정인데 지난 4월 상량식(목조 건축물의 골격이 완성됐을 때 갖는 축원의식)을 마쳐 대목수로서 그의 일은 끝났다. 목재의 건조에 맞춰 이뤄질 단청작업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3~4년이 지나야 완벽한 대웅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양 대목수는 대전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는데 군 제대 후 학비를 충당하러 한옥 건설 현장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 한옥의 처마 곡선에 매료돼 진로를 바꿨다. 이후 김영성, 전준헌 대목장 등 전통 건축의 실력자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도편수의 길로 들어섰다.

현업을 수행하면서도 대학의 국가유산 관련 학문(전남대 문화재학과)을 전공하면서 깊이 있게 전통건축을 연구했고, ‘한중일 목탑 조영의 비교 연구’ 논문으로 2013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유산 수리 관련 보수 기술자이며, 대목수, 드잡이 등의 기능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2023년 호남 지역의 대표 누각인 광주 희경루(조선시대 광주목 관아)를 157년 만에 중건하는 큰 임무를 완수했다. 순천낙안읍성의 김소아 가옥을 보수(2018년)했고, 구례 화엄사 탑전(2017년)과 남원 실상사 화엄전(2019년)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의 건축 철학은 ‘구조적 안정이 미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양 대목수는 “아름다운 전통건축의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선 구조물의 안정에 심혈을 쏟아야 한다”면서 “훗날 처마가 변형되거나 구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역학의 원리를 따르고, 잘 건조된 나무를 사용하는 등 ‘정법’의 시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공정 계획과 치밀한 준비로 목재를 다듬고 마침내 한 채의 건물을 완성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순간이 가장 뿌듯하다”면서 “대목수는 시간이 흘러 이 세상에 없을지라도 손수 지은 건축물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에 정직하게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목수는 “국가유산은 어느 나라도 대신 보존해 주지 않는 대한민국의 자산”이라며 “선대 장인들의 노력으로 지어진 많은 건축물이 제대로 보수돼 후대에도 전승될 수 있도록 올바른 전통기법을 바탕으로 치목(목재 가공)과 조립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도편수 마다 건축 철학과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르다. 자신의 기술과 기능 만을 앞세워 장인의 고집이 아집으로 둔갑돼선 안 된다”면서 “내 것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기법과 기능을 존중하는 자세와 철학이 기본이 될 때 목조 건축물을 짓는 장인이 되고 도편수로 거듭날 수 있다”고 했다.

양태현 대목수가 전남 정읍 내장사 대웅전 건립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국가유산기능인협회 제공 양태현 대목수가 전남 정읍 내장사 대웅전 건립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국가유산기능인협회 제공
양태현 대목수가 건립한 순천 금룡사 극락보전. 양태현 제공 양태현 대목수가 건립한 순천 금룡사 극락보전. 양태현 제공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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