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야구팬과 부산 시민이 만드는 북항 야구장
이대성 사회부 차장
기대감 커지는 북항 바다 야구장
부산 부흥 기회이자 미래 경쟁력
야구팬·부산 시민·출향인 뜻 모아
기금 조성해 힘 보태는 건 어떨까
야구팬이라면, 특히 부산의 야구팬이라면 참 야구 볼 맛 나는 시절이다.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정규 시즌에서 초반 상승세를 중반까지 이어갈 기세다. 미국 메이저리그로 눈을 돌리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선수와 LA 다저스 김혜성 선수의 활약이 눈부시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나 프리미어12 같은 야구 국제 대회에서 KBO 소속 선수가 주축으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이 대회 초기 호성적과 달리 최근 몇 개 대회에서 조기 탈락하거나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야구와 절연한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돌풍과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은 이들을 야구장이나 TV 앞으로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부산의 야구팬이라면 이정후 선수가 뛰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가 낯설지 않을 듯하다. 기자 역시 오라클 파크를 보며 ‘부산에도 저런 야구장이 있었으면’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 적이 많다. 오라클 파크는 아름다운 바다 풍광이 배경이 되는 입지 덕에 수많은 메이저리그 구장 중에 가장 아름다운 구장으로 손꼽힌다. 우측 외야 바깥쪽은 바다로 이어지는데, 타자가 타구를 장외 바다인 ‘맥코비 만’(미션 만)에 떨어뜨리는 것을 일컫는 ‘스플래시 히트’는 바다와 접한 오라클 파크의 매력을 완성하는 핵심 포인트다. 바다 야구장답게 오라클 파크 좌측 담당 뒤엔 요트 계류장이 있다. 많은 야구팬은 요트나 보트, 카약을 타고 스플래시 히트 야구공을 줍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기도 하고, 뜰채로 바다에 떠 있는 공을 떠 올리기도 한다. 일부 팬은 수륙 양용 보트를 타고 등장하거나, 요트 위에 헐크와 스파이더맨 등 이색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 등 바다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과 묘미는 하나하나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타구 방향과 반대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오라클 파크가 바다 야구장으로서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요소다. 역풍은 스플래시 히트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오라클 파트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고, 바닷가에는 야구장이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도 떨쳐냈다.
최근 부산에도 오라클 파크와 같은 바다 야구장 건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항 재개발 사업의 핵심 부지인 랜드마크 부지 일대가 실질적인 사업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데다, 사직야구장 재건축안이 사업비 확보 차질 등으로 난망한 상태에 빠져 있는 현실과 오버랩되면서다. 여기에다 부산의 한 기업가가 북항 야구장 건립에 2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팀 중에 바다가 있는 지역을 연고로 한 팀이 없진 않지만, 해양 도시 부산의 바다 스케일이나 풍광에 감히 비할 바 아니다. 북항 야구장은 바다 야구장이라는 차별화된 입지 외에도 부산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원정 팬들에게도 친화적인 야구장이 될 수 있다. 해외 성공 사례를 좇아 시즌 외에는 콘서트장으로 사용되고, 쇼핑몰, 호텔, 온천 등이 어우러진 복합스포츠콤플렉스 모델로 추진한다면, 투자 유치와 사업성 면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북항 야구장은 단순한 스포츠 시설을 넘어 엄청난 경제 파급 효과로 부산의 부흥을 이끌며 부산의 지속 가능한 도시 브랜드와 미래 경쟁력을 상징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물론 1조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상당한 난제임이 틀림없다. 롯데그룹이 기대 이상의 통 큰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막대한 공공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며칠 전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북항 야구장의 가능성에 고무돼 있다며, 야구팬과 부산 시민들이 북항 야구장 건립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기금 조성 참여 정도에 따라 할인 관람 또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좌석에 참여자의 이름을 새겨 넣어준다면 기금 조성에 탄력이 붙을 것 같다고 했다. 300만 원은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는 친구는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부산의 미래와 상징이 될 야구장 건립에 참여하고 싶은 야구팬과 시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로 대기업의 투자 역시 수도권으로 더욱 몰리고 있지만, 부산시도 부산 부흥의 기회를 북항 야구장 복합스포츠콤플렉스에서 찾고, 이를 위해 대기업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서면 어떨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야구장 건립 기금 조성을 통해 야구팬들과 부산 시민들의 뜻까지 하나로 모은다면, 북항 야구장의 꿈이 이뤄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