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신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선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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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화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 국익 중심 실용 외교 표방
한미동맹 바탕 외교 자율성 확대 기조
악화일로 국제 정세 속 ‘전략적 선택’

최대 외교 현안인 한미 관세 협상 직면
국익·정국 안정 위해 실질적 성과 절실
북한과 안정적인 관계 구축도 이뤄야

지난 6월 4일, 내란 종식과 민생 회복을 내걸고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4번째 대통령이며, 1987년 민주화 이후 4번째 진보 진영 출신 대통령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흔들렸던 헌정 질서를 복원하고, 이번 조기 대선에서는 8.27%포인트에 달하는 확실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진보 진영의 정당성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기득권과 거리가 먼 소년공 출신이라는 입지전적 배경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지도자상을 제시한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책무는 정치 혼란과 사회 갈등을 해결해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구현하는 데 있다.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행한 취임사에서 이 대통령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국민 중심의 실용 정부”를 내걸고 ‘모두의 대통령’으로 민생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의 대전환이라는 위기를 오히려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면서 주변국과의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언급했다. 즉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일본과는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협력하되 과거사 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는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면서 전략적 소통을 확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는 참여하되 동시에 러시아와의 실무 대화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는 인식에 입각해 세계 5위의 군사력과 굳건한 한미군사동맹을 기반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대화의 문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면서도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넓히고자 애써 온 역대 민주당 대통령들의 외교·안보 정책 계보를 이으면서도 악화일로에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최대화하려는 유연하고도 전략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직면한 첫 번째이자 최대 외교 현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촉발한 관세 협상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자, 백악관은 축하에 앞서 대선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평가하면서 중국의 민주주의 간섭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미 국무부는 한미일 3자 협력을 한층 심화시키겠다고 표명했다. 대통령 후보자 시절의 “셰셰(謝謝)” 발언으로 형성된 이 대통령의 대중 친화적 이미지에 견제구를 넣은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6월 6일 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하고 관세 협상의 조기 재개와 관세 유예 조치 마지막 날인 7월 8일까지의 협상 타결 그리고 견고한 한미동맹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유세 당시의 피습 경험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최애 취미인 골프 라운딩을 제안하고 방미를 초청했다. 트럼프식 정치·전략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중요한 점은 ‘7월 패키지’로 불리는 한미 관세 협상이 단순한 관세 조정을 넘어 경제와 안보를 연계한 복합 패키지 협상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국익 실현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해서도 단기적 관세 완화는 물론, 미국과의 신뢰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경제 변화에 대응하는 포괄적 성과를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이어 한국의 평화 안보와 직접 관련된 북한과의 관계 설정이다. 이미 김정은 정권은 남북 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설정하고 교류를 단절하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리고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당선과 취임 소식을 조선중앙통신 등 국영 매체를 통해 짧게 보도하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군사력에 의한 억제와 대화의 병행에 입각해 단계적 비핵화와 실무 채널의 우선적 복원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북한과 대화를 개시하고 또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될 경우 한국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두 개의 국가 관계를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미 70%의 국민은 남북한 국가 간 관계를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역시 미국을 전략적 고정축으로 북한을 안보와 평화의 보조축으로 해 전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보와 번영을 동시에 확보하는 실용 외교”가 단순한 수사로 끝나지 않고 현실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미국은 물론 북한과의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선결적으로 이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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