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의 타임 아웃]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스포츠부 선임기자
프로야구를 보면 선수들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Headfirst slide)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 타자나 주자가 손과 머리를 먼저 누상에 터치하기 위한 슬라이딩 중에 하나인데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긴박하거나 접전상황이 벌어질 때 선수들이 종종 구사하는 기술로 한때 ‘투혼’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팬서비스로도 그만입니다.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될 경우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보호하기 위해 덮어 놓은 방수포 위를 미끄러지듯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며 관중들을 즐겁게 합니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1루에서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그렇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마황’ 황성빈은 지난달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타격을 한 뒤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가 베이스에 손가락이 걸려 다쳤습니다. 정밀 검진 결과 왼쪽 4번째 손가락 골절 소견이 나왔고, 복귀까지 8~10주 정도 걸릴 것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황성빈은 지난해 무려 51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3위를 차지했고, 올해도 부상 당하기 전까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황성빈의 부상은 롯데로서는 정말 악재인 셈입니다.
1루에서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유독 부상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1루 베이스는 2·3루, 홈플레이트와는 달리 베이스를 지나가도 터치만 하면 되기 때문에 더 과감한 슬라이딩을 합니다. 상당수 선수들은 슬라이딩을 넘어 아예 다이빙을 하는 것 같습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1루 안착에 도움된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주루 스피드를 살려 1루를 밟고 지나가는 게 더 빠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무튼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의 부상 위험성을 고려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어길 경우 5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2024년부터는 유소년 선수들의 헤드퍼스트 슬리이딩을 금지했습니다. 유소년은 1루와 함께 홈에서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수 없습니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두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투혼이다’, ‘부상이 유발되는 무모한 행동이다’ 등 팬과 선수들 사이에 다양한 말들이 있습니다. 물론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선수들이 몸을 날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팬들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수들의 부상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수 개인은 물론, 팬들도 선수들의 멋진 활약을 보기 위해 환호하는 것이지 선수들의 부상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입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