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만 요란’ 러-우크라 협상… 트럼프 “푸틴과 곧 통화”
전쟁 후 첫 대면 휴전 협상 열려
1000명 포로 교환 합의에 그쳐
러, 협상 후 공격에 민간인 사상
트럼프 “젤렌스키와도 통화할 것”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3년여 만에 양국 대표단이 얼굴을 맞대고 협상했지만, 포로 교환에 합의하는 데 그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격 제안으로 ‘이스탄불 회담’이 성사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 회담을 역제안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양국 고위급 대표단이 마주 앉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틴·젤렌스키 대통령과 차례로 통화해 휴전을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SNS 트루스 소셜에 19일 오전 10시 푸틴 대통령과 전쟁 종식을 위해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의 주제는 매주 평균 5000명 이상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병사가 사망하고 있는 ‘유혈사태’ 중단과 무역 문제”라고 썼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회원국 대표들과도 통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앞서 양국이 전쟁 포로 1000명 상호 교환에 합의하는데 그친 협상보다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고위급 대표단이 만난 것은 2022년 3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전쟁 발발 직후 양국 대표단이 대면 협상을 진행하긴 했지만, 입장차를 확인하고 확전으로 나아갔다.
많은 기대를 모으고 열린 이스탄불 회담이지만, 이번에도 입장차는 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측이 휴전 조건으로 러시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모든 지역, 즉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루한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양국은 이스탄불 협상 이후에도 충돌하는 상황이다. 협상 하루 뒤인 17일에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서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버스를 타고 있던 민간인 9명이 사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민간인 살상을 멈추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더 강한 제재와 더 강한 압력이 없다면 러시아는 진정한 외교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민간인 공격을 부인하며, 수미 지역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우크라이나 동부의 또 다른 정착지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회담 결과에 유럽 정상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탄불 회담은 성과가 없었다”며 “미국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냉소적 태도에 단호히 대응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는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