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복합 콤플렉스'로 1년 365일 수익 만든다 [꿈의 야구장, 북항으로]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해외 성공 사례 살펴보니

일본·미국 다용도 형태 '대안'
문화 시설에 호텔·쇼핑 결합
도시 인프라 갖춘 북항 최적지
투자 유치 전향적 결단 필요

미국 뉴욕 시티필드는 야구장이자 동시에 공연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레이디 가가, BTS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콘서트장으로도 유명하다. 야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 ‘시티필드’. AP연합뉴스 미국 뉴욕 시티필드는 야구장이자 동시에 공연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레이디 가가, BTS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콘서트장으로도 유명하다. 야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 ‘시티필드’. AP연합뉴스

부산 북항에 야구장을 짓자는 아이디어가 회자된 것은 공식적으로 20여 년 가까이 됐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간 권철현 국회의원은 ‘북항 재개발 지역 내 해변 야구장’을 공약으로 세웠다. 이후 몇 차례 진지한 검토가 있었지만, 비싼 건립비와 낮은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북항 야구장은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그사이 국외에선 돈 되는 야구장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고정된 시각 탓에 성공한 야구장 사례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도 나온다.

■야구장 변신이 곧 수익성

북항 야구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 대비 낮은 수익성이다. 더욱이 국내 야구장은 지자체가 경비 대부분을 마련해 짓는 형태여서, 사업화가 더욱 어렵다. 자칫 혈세 낭비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외 야구장들은 다양한 용도를 추가하거나 복합 시설을 넣은 ‘스포츠 콤플렉스’ 형태로 수익성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일본의 지바현 ‘조조 마린 스타디움’이 대표적이다. 1990년에 지어질 당시부터 대형 공연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인조 잔디를 깔아 무대 설치와 콘서트 관객 진입이 가능하며, 2018년엔 인조잔디를 교체해 내구성을 더 높이기도 했다. 그 덕에 매년 일본 최대 음악 페스티벌 ‘서머소닉’이 열리는 등 콘서트와 다양한 이벤트 행사가 야구장의 안정적인 수입원이 됐다.

2009년 개장한 미국 뉴욕의 ‘시티필드’는 야구장이지만, 비욘세·레이디 가가·방탄소년단 등 세계적 아티스트의 콘서트장으로 더 유명하다. 역시 처음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위해 설계됐다. 2020년 개장한 텍사스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 1998년 개장한 애리조나의 ‘체이스필드’ 등도 야구장이자 동시에 대형 콘서트장으로 볼 수 있는 시설이다.

일본의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도 콤플렉스 시설이다. 2023년 개장했는데 야구장 건물에 온천, 사우나, 호텔, 레스토랑, 키즈존 등이 들어있으며 외부 휴양 단지와도 연계돼 개발됐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미국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다. 이 야구장은 2017년 ‘더 배터리 애틀랜타’라는 상업 지구와 함께 개발했다. 야구장, 콘서트장, 레스토랑, 호텔, 쇼핑몰, 오피스텔 등을 한 단지로 묶어 공공 민간 파트너십을 통해 조성된 곳이다. 상업 지구의 파급 효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오며, 연간 시설 임대료 수입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팝스타 비욘세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팝스타 비욘세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처음 시도되는 ‘야구장 콤플렉스’

북항은 콤플렉스와 단지 개발 형태로 야구장을 짓기에 최적지로 평가된다. 야구장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으로 도시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 인구 유입이 쉽다는 게 특히 강점이다. 부산역과 부산여객터미널 등은 부산 외 지역 인파의 유입 통로가 될 수 있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해양 레저 등과의 연계도 용이하다. 야구장을 중심으로 호텔, 쇼핑, 문화, 레저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바다가 보인다는 후광효과도 커 야구장과 결합하면, 일반 사무시설에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항 랜드마크 부지는 11만 3285㎡ 규모로, 일반적인 야구장 면적은 5만㎡ 안팎이다. 야구장 외 다양한 시설을 랜드마크 부지에 추가로 넣는 게 가능하다. 랜드마크 밖 재개발 지역에도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시설들을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수익성이 보장되면, 다양한 시설에 대한 투자를 유치해 야구장을 비롯한 단지 개발의 시동을 걸 수 있다. 부산시가 기존의 ‘영상문화 콤플렉스’를 위해 유치한 자본을 다시 끌어들이는 절충도 가능해진다. 부지 소유자인 부산항만공사(BPA)도 야구장의 파급효과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업화에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BPA가 별도의 랜드마크 부지 활용 방안을 찾고 있는 만큼, 북항 야구장 건립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지를 어떤 식으로 매매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사업의 성사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야구장은 랜드마크 개발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충분히 검토해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나면, BPA가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