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기 차별 없이 사용하게 더 고민해 줬으면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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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네’ 빌려 작가의 꿈 이뤄
고가 장비라 오래 기다리기도

박은설 양이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를 이용하고 있다. 박은설 양이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를 이용하고 있다.

은설이가 다니는 부산맹학교는 부산 동래구 명장동에 자리잡았다. 교정에는 ‘광명의 동산’, 헬렌 켈러와 앤 설리반 선생 동상이 있었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면 점자안내판이 방문객을 맞이해 주었다.

은설이를 만나면 어떻게 읽고 쓰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비결은 시각장애인이 많이 쓰는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였다. 점자 디스플레이와 점자 키보드 덕분에 글쓰기, 독서, 웹서핑, SNS 이용이 모두 가능해졌다. 한글 파일을 한소네에 연결하면 점자나 음성으로 읽을 수 있다. 은설이는 전국 맹학교 아이들이 출전한 한소네 대회에서 1등을 했을 정도로 한소네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문제는 대표 제품인 한소네6의 가격이 550만~600만 원으로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다행히 은설이는 한소네를 대여해서 작가의 꿈을 꿀 수 있었다. 하지만 대여 신청을 하고 오래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은설이는 아이폰도 잘 사용하고 있었다. 시각 장애인에게 유용한 아이폰의 ‘보이스 오버(Voice Over)’ 기능 덕분이었다. 보이스 오버는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 주는 기능이다. 텍스트는 물론이고 화면의 각종 구성 요소, 이미지 내용까지 설명해 준다. 갤럭시 폰에는 유사한 기능이 ‘톡백(TalkBack)’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고 있다. 애플의 보이스오버 담당 팀엔 시각장애인 직원이 배치돼 있다고 한다. 장애인도 스마트폰 같은 IT기기를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자들이 더 고민해 주면 좋겠다.

은설이와의 인터뷰에는 글쓰기를 지도한 우동준 작가도 자리를 함께했다. 우 작가는 “은설이가 읽고 싶은 책에 비하면 점자 책의 숫자는 워낙 적은 편이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 서비스가 좀 더 많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은설이는 이전에 “하루가 길고 무척 지루하다”고 말했단다. 지금 은설에게 ‘하루’는 소중한 단어로 비춰진다. 글의 힘이 아닌가 싶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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