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떠넘기는 부산시·풍산… 설만 무성한 이전 논의에 속 타는 주민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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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공장 이전 부지 결정 미적
먼저 정하라며 양측 눈치 보기
후보지 장안읍 주민 우려 가중

풍산 부산공장과 센텀2지구 조성 예정지 전경. 부산일보DB 풍산 부산공장과 센텀2지구 조성 예정지 전경. 부산일보DB

방산업체 풍산 부산공장 이전 부지 결정이 지체되고 있다. 기장군 장안읍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으나 풍산의 투자의향서 제출이 늦어지며 확정 발표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풍산 이전 부지가 확정돼야 수 년째 표류하는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이 탄력을 받는 만큼 협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는 최근 풍산 측과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현안 회의를 열고 풍산 이전 부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9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투자의향서 제출 시기 △사업 규모 △사업 방식을 두고 협의가 진행됐다. 기장군 장안읍이 유력 이전지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의 이후 현재까지 부산시엔 풍산 측의 투자의향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풍산은 세부 사항까지 결정한 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부지 입지와 면적 등을 명시한 투자의향서가 제출돼야 관련 절차가 진행될 수 있는 만큼 부산시는 하루빨리 투자의향서 제출이 완료되길 고대하고 있다. 이전 부지 결정 이후에도 원자력안전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검토와 주민 의견 수렴 등 밟아야 할 절차가 산적해 있다. 다만 풍산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 상황에선 진행이 불가능해 현재로선 유력 부지를 대상으로 내부 검토 단계에 멈춰 있다는 게 부산시 입장이다.

풍산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풍산 관계자는 “이전 부지 관련 사항을 풍산이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부산시가 요구하는 내용에 보조를 맞추고 있으며 시책에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확정 발표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풍산 이전 부지로 기장군 장안읍이 유력하다는 설이 퍼지자 기장군 주민들 사이에선 논란이 인다. 기장군 장안읍과 기장읍 2곳 중 기장읍은 53사단 부지와 인접해 군부대 이전 등 절차가 복잡해 장안읍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기장군 주민들은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임을 감안해 철저한 법리적 검토를 사전에 거쳐야 한다는 반응이다. 9일 기장군청 앞에서 풍산 이전 등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기장군의회는 이전 부지를 두고 말만 많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며,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기장군의회 측은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장안읍 마을에서 누군가가 주민들의 의견을 조사하고 갔다는 등의 소문만 이어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상황이 정리돼야 주민들도 의견을 낼 텐데 갑갑하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이른 시일 내에 풍산 이전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인데, 빠르면 상반기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 산업입지과 관계자는 “풍산 측과 실무 협의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풍산 이전 문제가 차일피일 늦어질수록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조성이 계속 지연되는 만큼 하루빨리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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