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 전에 선적” 선사·운영사 스케줄 조정 ‘대혼돈’ [미국 ‘상호 관세’ 발효]
부산항 ‘상호 관세’ 첫날 모습
미주 노선 아시아 ‘마지막 관문’
관세 부과 전 부산항 선적 위해
입항·선적 시간 조정 문의 봇물
협상력 확보 위해 선적 취소도
정확한 관세 부과 시점 ‘혼란’
미국 규정 두고도 해석 ‘분분’
한국 시간 9일 오후 1시 기준 미국이 부과한 상호 관세가 발효되면서, 한국 대미 수출의 최대 관문인 부산항의 선사들과 운영사들도 발효 이전에 선적하기 위해 스케줄을 재검토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일부 선사에서는 관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아예 선적 취소를 요청하기도 하는 등 관세 리스크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일 북미 항로를 운항하는 HMM(옛 현대상선) 측은 실제로 이날 오후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선적에 대해 조기 입항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 선적은 중국을 거쳐 광양항에 들렀다 부산항으로 오는 스케줄인데, 관세 부과 시점 전 출항을 검토하기 위해 광양항을 들르지 않고 오는 방식을 논의했다.
HMM 관계자는 “광양항을 거치지 않고 시간을 당겨 부산항에 들어오는 것을 검토했다”며 “하지만 광양항에서 물건도 실어야 하고 컨테이너 박스를 미리 터미널에 반입해야 하는 등의 사정으로 원래 스케줄대로 이날 오후나 10일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앞서 10% 기본 관세가 발효되기 하루 전인 4일(한국 시간)에도 SM상선 측의 미국으로 가는 선박이 원래 스케줄보다 빠르게 선적하기도 했다. SM상선 측은 “4일에는 3~4개 업체에서 선적을 당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특히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항은 미주로 향하는 정기 컨테이너 노선이 기항하는 아시아의 ‘라스트 포트(Last Port)’로 관세 적용 직전 시점까지 수출화물을 선적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다. 부산항의 선적 시점에 따라 물건에 붙는 관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법에 따라 선적 시간을 관세 부과 시점으로 보고 있다. 부산항에서 미국으로 가는 미주 항로는 약 35개로, 수출입 물량은 올해 평균 4만 TEU 가량이고 환적은 5만 TEU가량이다.
입항 시간을 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선적을 취소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관세 정책이 매일 요동치다 보니,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적을 취소하고 다시 물건 가격을 거래하기 위함이다. 북미 항로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SM상선 측 관계자는 “물품 대금 협상을 위해 화주들이 선적을 오히려 취소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들은 앞서 관세 발효 직전에 스케줄대로 선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기도 했다. 부산항의 한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지금 주로 부산에 들어오는 선사들이 중국에 들렀다 오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중국 쪽에 안개가 많이 끼여서 조금씩 지연이 되고 있고 이 때문에 부산에 원래 스케줄대로 들어올 수 있는지에 대해 9일 전에 많은 연락을 받았다”면서 “다행히 지연된 선박은 없지만 관세 시점에 대해 선사들이 예민해져 있어 운영사에 많은 문의가 오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관세 부과시점에 대한 미국의 정확한 방침이 없어 선사와 운영사들은 관세 부과 시점을 두고도 혼란을 겪고 있다. 한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한국법으로 보면 선적 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선적을 해서 운송이 가능한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문구에 대한 해석이 일단은 분분한 상태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항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화물이 차질 없이 선적될 수 있도록 지난 4일 오전 선사와 터미널 운영사를 대상으로 긴급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BPA 측은 긴급 대응 체계 유지를 위한 협조를 당부하며, 미주행 화물 선적 및 출항 일정 실시간 공유, 터미널 혼잡 방지를 위한 운영 최적화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BPA관계자는 “급변하는 관세 정책 등 통상환경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정부, 선사 및 운영사와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