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 10여 년 만에 벌써 네 번째 대선… 냉소와 기대 교차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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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유권자들이 보는 6·3 대선

18대 이후 셋 중 둘 도중하차
“환승 없는 롤러코스터 탄 기분”
이젠 정치 정상화 출발점 돼야
투표에 회의, 벌써 기권 의사도
정치권 신뢰 회복 급선무 지적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파면되면서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6월 3일 치러진다. 직전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2022년 3월 9일 투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함을 옮기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파면되면서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6월 3일 치러진다. 직전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2022년 3월 9일 투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함을 옮기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첫 대선이 박근혜 대통령이었어요. 탄핵, 촛불, 정권 교체, 또 탄핵…. 10년간 무슨 일이 이렇게 많죠? 환승 없는 롤러코스터 탄 기분이에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조기 대선일이 6월 3일로 확정되자 부산에 거주하는 30대 유권자 김 모 씨가 던진 말이다. 대선이 네 번이나 반복되면서 30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선 ‘정치적 격변의 산증인’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이번 선거로 우리 국민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네 번째 대통령을 선택하게 됐다. 2012년 12월 제18대 대선을 시작으로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를 거쳐오면서, 특히 1989년부터 1993년 사이 태어난 30대 초중반 유권자들은 성인이 되자마자 유례없이 많은 정치적 변화를 압축적으로 체감해 온 셈이다.

9일 부산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권 교체와 대통령 탄핵이 반복된 지난 정치 흐름을 돌아보며 체념과 냉소, 동시에 희미한 기대를 함께 보이는 등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직장인 김 모(32·서구) 씨는 “대선 투표가 벌써 네 번째인데, 2013년 이후 온전히 임기를 채운 대통령이 단 한 명 뿐이라니 놀라우면서도 씁쓸하다”라고 털어놨다.

현직 교사 김 모(33·사하구) 씨는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 셋 중 두 명이 임기를 못 채웠다. 탄핵이 당연한 것도 아닌데 정치가 너무 짧고 굵게 끝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얼굴 바뀌는 건 익숙한데, 정치는 안 바뀌거나 도로 후퇴한 느낌마저 든다”며 “이번엔 제발 ‘버티는 사람’ 말고 ‘버팀목이 되는 사람’을 뽑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치에 염증을 느낀 이들은 투표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수근(33·금정구) 씨는 “조기 대선 소식이 나오자마자 숨죽였던 정치인들이 다 얼굴 내밀고 나오는 것 같아 더 회의감이 들었다”며 “솔직히 이번엔 투표를 할지 말지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와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거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가현(30·부산진구) 씨는 “대선 투표는 올해로 세번째이지만, 광장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자주 있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 뉴스만 보면 마음이 무겁고 머리가 아픈데, 그냥 넘기면 더 억울할 것 같아서 이번에 꼭 투표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이번 탄핵을 계기로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 30대 누리꾼은 “4월 4일 이후에 계절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진짜 봄이 왔으면 좋겠다”며 “이번 혼란이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기 대선이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정치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권일 교수는 “젊은 유권자들이 격변하는 정국 속에서 냉소와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건 정치 시스템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은 이번 선거를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으며 권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개편 논의까지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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