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원인 지목된 ‘예초기 불티’…실제 실험 결과는?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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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남서만 예초기 산불 3건
‘예초기 불티’ 원인 놓고 의견 분분
실험 결과 화재 발생…주의 당부

지난 7일 경남 하동군 옥종면 산불 현장에서 발견된 예초기 사진. 하동소방서 제공 지난 7일 경남 하동군 옥종면 산불 현장에서 발견된 예초기 사진. 하동소방서 제공

최근 경남 산청과 하동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예초기 불티가 지목되는 가운데 실제 산불 가능성이 있다는 소방 실험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8일 경남소방본부와 하동소방서 등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예초기가 원인으로 지목된 경남 지방 화재는 총 3건이다. 지난달 21일 발생한 산청군 시천면 산불과 지난달 23일 하동군 진교면에서 발생한 고사리밭 화재, 지난 7일 발생한 하동군 옥종면 산불 등이다.

이중 하동 고사리밭 화재는 소규모에 그쳐 금방 진화됐지만, 시천면 산불은 10일, 옥종면 산불은 2일간 산불이 이어지면서 지역에 큰 피해를 줬다.

주불이 어느 정도 진화되면서 산불 원인에 대한 분석이 시작됐다. 산불 발생 당시만 해도 예초기 불티 비화로 인한 화재는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 나왔다.

김혁주 순천대학교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한국농업기계학회장·농업기계공학 박사)는 “예초기로 작업을 하다가 불똥이 튀면서 산불이 난 사례는 지금까지 접해본 적이 없다. 확률 자체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똥이 튀어 인근으로 불이 옮겨붙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예초기 불똥과 같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스파크에는 에너지가 거의 없다. 다만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 있다면 불이 급격하게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산림청 산불피해대장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발생한 산불 5458건 가운데 예초기 스파크 또는 예초기 불꽃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산불은 단 3건에 불과했다.

농민 대다수도 예초기 불티로 인한 화재는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하동소방서는 실제 화재 위험이 있는지 최근 자체 실험을 진행했다.

하동소방서는 실험 도구로 고사리밭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예초기와 돌무더기, 건초, 억새 등을 사용해 발생 당시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했다.

그 결과 높은 회전속도(RPM)로 돌아가는 예초기 날이 돌무더기와 부딪쳤을 때 불꽃이 강하게 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불티는 건초·억새와 접촉하면서 연기를 내며 착화했으며, 강한 바람 등 외부 변수가 개입할 경우 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예초기를 좌우로 크게 돌릴수록 불티가 더 멀리 날아가는 것도 확인됐다.

하동소방서는 예초기 화재 예방을 위해 작업 전후 작업반경 내 마른 풀·낙엽·쓰레기 등 가연물 제거, 작업 시 낮은 RPM 사용, 인근에 산림이 있을 경우 작업 범위 최소화, 건조하거나 풍속이 강한 날은 예초기 사용 금지, 2인 이상 작업 및 소화기 인접 배치 등을 당부했다.

서석기 하동소방서장은 “작은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대형 화재가 될 수 있다”며 “예초기 사용 시 주의 사항을 꼭 숙지해 소중한 생명과 터전을 지킬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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