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호의 오픈 스페이스] 예술인 복지지원센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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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큐레이터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춘삼월이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기 시작하며 바깥 공기는 들숨으로 설렘이 스며들며, 날숨으로 지난했던 시간을 내보내는 희망의 계절이 온 것이다. 고모가 사준 책가방을 메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 대학이라는 미지의 바다에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 자연과 사람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간을 올해도 어김없이 맞이한다.

2025년의 봄은 전 국민을 법 전문가로 만들어 버렸다. 각종 미디어에는 평생 다시 볼까 싶을 수많은 재판 영상을 일상처럼 접한다. 매일 마주하는 미디어에 법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날이 없다. 조선시대 어른들은 인의예지(仁義禮智) 같은 덕목을 강조하며 법 없이 살라 했거늘, “야! 구속시켜”라는 말이 요즘의 단골 농담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예술인 복지 정책, 성과 요구 방식

예술 활동 증명 절차 통해야 지원

자격 미비해도 사회가 품어줘야

‘헌법 77조’는 전 국민이 알 수밖에 없을 정도로 미디어에 노출된다. 우리에게는 지난 10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내란으로 인한 불면증은 국민의 트라우마가 되면서 내란과 탄핵 그리고 앙시앙레짐(1789년 프랑스 혁명 이전의 절대왕정 체제를 가리키는 용어)의 시대를 반복해야만 하는 불안한 정국을 10년 사이에 두 번씩이나 맞이하며 불안하기 짝이 없는 시대를 하루하루 버텨간다.

그러고 보니 신학기에 법 관련 에피소드가 있었다. 모 대학 출강 시절이다. 지역에서는 제법 정문의 위용이 근엄한 학교였다. 정복과 모자를 쓴 정문 지킴이 분이 입차하는 차를 막아 신분 확인을 하던 시절이다. 학기 초는 출입증 발급이 안 된 상태라 구두로 확인한다. 하필 학과도 아니고 무슨 과목을 강의하러 왔냐길래 “표현기법”이라고 답하니 “법대는 오른쪽 끝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하시고는 경례를 멋지게 하시는 거다. 그날 첫 강의는 미술대 학생들에게 법을 가르쳐야 하나! 웃음을 머금으며 강의실로 갔던 기억이 있다.

서구의 역사에 비하면 60, 70년이 뒤쳐졌지만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 시대의 요구에 따라 문화예술진흥법이 시행되고 2012년 11월 25일부터는 예술인 복지법이 함께 작동되고 있다.

예술인 복지법의 핵심은 예술인의 법적 지위 보장, 예술인 고용보험 및 사회보장제도 적용, 창작지원금 및 생활 안정 지원, 불공정 계약 및 노동권 보호이다.

부산문화재단에서 부산예술인 복지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혜택을 받는 예술인들은 매우 작은 수치일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 활동 증명이라는 절차를 득해야 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심의를 거쳐 ‘예술인 활동 증명서’를 승인해 준다. 각종 지원을 받으려면 증명이 되어야 한다.

부산광역시 예술인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 제4조(증진계획의 수립·시행)에 의하면 ‘부산광역시장은 예술인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해마다 예술인복지증진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추진 상황을 시의회에 보고하여야 한다(2020년 개정)’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부산예술인 복지지원센터는 독립된 조직이나 형태 없이 부산문화재단 내에 2~3명의 직원이 도맡아서 감당해 내고 있다. 독립된 센터 없이는 지역 예술가들과 가까이하기엔 한계가 있다. 시행 시점부터 변화 즉 발전이 없는 명분만 있는 상태이다. 지역 예술인들은 예술인 복지 제도 혹은 센터가 존재하는지 알고 있을까?

복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소외된 자, 즉 자격이 미비하더라도 사회가 그들을 품어주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예술가들의 소식은 남의 일이 아니다. 제도와 정책은 사각지대를 애써 외면한다. 모름지기 복지라는 보편적 지원의 시각에서 사회보험 강화 정책, 경력 단절, 산재보험 가입, 예술인 신문고 이용 등 다양한 특례, 미시 정책 개발을 바탕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의 복지 정책은 성과를 요구하는 지원 방식이다. 유형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니 기초예술지원과 다를 바 없다.

부산에 세계적인 미술관과 예술공원이 생길 모양이다. 부산의 브랜드 가치와 시민들은 소위 고급문화를 누리는 삶으로 격상될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지역 예술가는 오늘도 예술복지의 사각에 놓여있고 예술과 삶의 경계에서 작두 타듯 하루하루를 버텨 낸다. 드러나지 않아도 본인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수행하는 예술가들, 화려한 건축물은 아니더라도 세계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부산에 터전을 잡고 지역문화를 위해 애쓰는 예술가들의 삶을 살펴볼 조그마한 센터 하나 마련되면 좋겠다. 이런 상상을 하며 봄 댓바람에 몇 없을 학생들을 만나러 강의실로 간다. 오늘의 강의 주제는 “얘들아, 성공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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