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조기 대선 시동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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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5일 尹 영장 집행
비상계엄 선포 이후 43일 만
여야 ‘불법’ ‘안타깝다’ 반응 속
잠룡들 서서히 대권 준비 전환
尹은 국힘에 ‘정권 재창출’ 부탁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체포됐다. 현직 대통령 체포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을 향한 강제수사와 탄핵 심판 급물살로 ‘조기 대선’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본인도 이날 체포 직전 “정권 재창출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만큼, 조만간 정치권이 대선 국면으로 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윤 대통령의 마지막 보루였던 대통령경호처는 체포 인력을 막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이송했고, 윤 대통령은 경호 차량을 통해 오전 10시 53분 정부과천청사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와 영장 집행 일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 경우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건 윤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포 전 사전 녹화한 담화문을 통해 “불법적인 체포영장 집행이지만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체포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들은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이들(공수처 등)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 장비를 동원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정권 재창출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내가)감옥에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대통령의 위기를 여권 반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 체포 직후 국민의힘은 공수처와 경찰의 ‘불법’을,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를 내세웠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영장의 불법적인 집행인 만큼 (공수처와 경찰에)책임을 물을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의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 체포에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이제 신속하게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여야 모두 조기 대선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비상시국인 현 상황에서 여야 모두 조기 대선에 방점을 찍는 데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사태 수습에,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민주당 역시 비상계엄 사태 전으로 회귀한 여론을 신경 써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기 대선 국면은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입 밖으론 조기 대선을 꺼내지 않을 뿐, 여론 지형 등 양당 셈법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여론전 메시지도, 정책도 조기 대선을 감안한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 잠룡들은 서서히 대권 시동을 걸고 있다. 여론조사 역시 여야 대권 후보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등 국민적 관심도 점차 조기 대선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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