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내렸는지가 최대 쟁점 [윤 대통령 체포]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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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공소장에 적힌 혐의 내용
尹이 지시했는지 입증돼야 할 듯
충암파 계엄 모의 계획도 밝혀야
국무회의 절차 준수 여부도 대상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을 15일 체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에 들어갔다. 다만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전 모의부터 세부 실행까지 전 과정을 캐물으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윤, 정치인 체포 지시했나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란 우두머리’ 피의 사실을 범한 정황이 있다고 본다. 또 그동안 검찰과 경찰로부터 사건과 수사 기록 등을 넘겨받아 윤 대통령 혐의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피의자들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윤 대통령의 공모 관계를 상세히 적시했다.

공수처가 수사해야 하는 핵심 혐의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을 실제로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여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와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표결 방해를 지시했다는 군 수뇌부 진술 등을 토대로 계엄 당일 시간대별 행적과 지시 사항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하고, 특전사령관에겐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돼 있다.

윤 대통령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계엄군의 선관위 전산 서버 탈취 및 선관위 직원 구금 계획, 부정선거 전담 수사단 설치 계획 등도 윤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충암파와 ‘불법 계엄’ 모의 혐의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장관 등 극소수의 최측근 인사들과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초부터 계엄 선포 직전까지 관저, 안가 등지에서 이른바 ‘충암파’(윤 대통령 모교인 충암고 출신)로 불리는 김 전 장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을 최소 6차례 이상 만났고,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등 계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또 ‘국회·정당 정치 활동 금지’ 등 위헌·위법적 내용이 담긴 포고령 발표 경위도 조사해야 한다. 해당 포고령은 김 전 장관이 과거 계엄 포고령 등을 참고해 초안을 작성하고, 윤 대통령 검토를 거쳐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로 공표됐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계엄 요건’도 무시하고 선포했나

윤 대통령은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계엄 선포 요건에 맞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무회의 등 법적 절차를 위반했다는 혐의도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특검·탄핵 압박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리자,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본다.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국무회의 심의와 출석 국무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 등 절차를 위반한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계엄선포에 앞서 국무회의를 소집하면서 국무위원들에게 안건을 알려주지 않았고, 정족수를 채우자 일방적으로 계엄 선포를 통보했을 뿐 실질적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다만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수처 도착 전 영상을 통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내란죄 수사 권한이 공수처에 없고, 체포영장 집행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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