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속 환자들 갈 곳 없는데… 퇴근하다 사고 현장 달려간 의사 (종합)
양산시 다이소 증산점 교통 사고
부상자 다리뼈 골절에 출혈 심해
119 도착 때까지 응급처치 지속
상처 치료하고 심리적 안정 도움
"사람 구하는 일 무엇보다 보람"
경남 양산시에 자리한 한 정형외과 의사의 신속한 응급처치가 교통사고 부상자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오후 7시께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 다이소 증산점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부상을 입었다.
때마침 퇴근하던 팔다리척 정형외과 조혜인 간호조무사가 사고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부상자를 보았고, 이동현 원장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조 간호조무사는 “퇴근하려고 병원을 나와 도로에 서 있는데 갑자기 쿵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교통사고였다”며 “사고 현장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피를 흘리면 고통을 호소하는 부상자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바로 원장께 알렸다”고 밝혔다.
퇴근을 준비하던 이 원장은 조 간호조무사와 함께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 원장은 사고 현장으로 가면서 부상자 응급처치 과정에 재료(용품)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병원에서 거즈, 반깁스 등의 재료를 챙겨나갔다.
이 원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현장에서 한 부상자가 다리뼈가 외부로 노출된 채 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당시 부상자는 뼈가 외부로 유출되는 개방성 골절에 다량의 출혈까지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즉시 부상자의 골절된 뼈를 맞춰 피부 안쪽으로 밀어 넣은 뒤 병원에서 가져온 거즈 등을 이용해 출혈도 잡았다.
뒤이어 이 원장은 사고 현장에 있던 어린이 부상자도 살폈다. 다행히 어린이는 사고로 놀란 정도이고, 부상도 경미했다.
이 원장은 처치 후에도 119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 머물렀다. 그동안 고통스러워 하는 부상자에게 계속 말을 걸며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구급차 도착 이후에도 구급대원과 함께 부상자의 뼈를 맞추고, 재료를 이용해 부상 부위를 압박해 출혈을 잡는 등 이송 전까지 부상자의 부상 부위를 살폈다.
조 간호조무사도 옆에서 이 원장과 손을 맞췄다. 구급차에서는 다량의 피를 흘린 부상자에게 수액을 투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발빠르게 응급처치에 나선 덕분에 부상자는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무사히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선행은 양산 지역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양산맘 카페’에 처음 게재되며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양산맘 카페에 ‘해피에브리데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작성자는 ‘오토바이 운전자분은 도로 위에서 다리가 꺾여서 꼼짝도 못 하고 소리 지르고 있는데… 가운을 입은 남자 선생님이 나타나 운전자의 뼈를 맞추고 119 대원한테 넘겨주시고, 또 다른 운전자도 부축해 주셨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원장은 “나에게는 순간이지만, 환자에게는 평생일 수도 있고 사람을 구하는 일은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라며 “또다시 사고 현장을 목격하면 의사로서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소방서 관계자도 “현장에서 의사 선생님의 응급처치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구급대원의 현장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의사 선생님의 적극적인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