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빙빙' 도는 괴로운 귓병…"완치 어렵지만 관리할 수 있다"
[메니에르병 증상과 치료]
환자 수 10년간 11만→18만 명
내림프액 늘어 평형 감각에 문제
어지럼 반복·저주파수 난청 특징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 병행
어지럼증 재발 주기·강도 다양해
대부분 일상 생활 가능하게 조절
어지럼증은 심할 경우 속이 울렁거리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을 만큼 괴로운 증상이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찾아오면 대부분 사람들은 극심한 불안감과 함께 심각한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두려워하게 된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한데, 귀 안쪽에 있는 내이의 전정 기관이 평형 감각을 담당하기 때문에 귀 관련 질환이 많다. 이 중에서도 메니에르병은 최근에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질환이다.
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 최성원 교수는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약 15%를 차지할 만큼 어지럼증의 주요한 원인"이라며 "아직은 생소한 병명 때문에 치료가 가능한지, 희귀병은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한다.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 동반
메니에르병은 반복되는 어지럼, 청력 저하, 이명(귀울림), 이충만감(귀가 꽉 막힌 느낌)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1861년 프랑스 의사 메니에르가 처음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메니에르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3년 11만 2명에서 지난해 18만 1442명으로 10년 사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여성(12만 6242명)이 남성(5만 5200명)보다 배 이상 많고, 연령별로는 60대(21.8%), 50대(18.4%), 70대(16.6%), 40대(14.1%) 순으로 나타났다.
메니에르병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대개 20분 이상, 심하면 수 시간 지속된 후에 호전된다. 난청은 처음에는 낮은 주파수의 소리에서 그 정도가 변하면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청력 저하가 지속되고 모든 주파수의 소리를 듣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내림프수종이 발병 원인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귀의 청력을 주관하는 청각 기관과 평형 감각을 주관하는 전정 기관 안에는 관 모양의 내림프관을 타고 내림프액이 순환한다. 내림프액이 생성과 흡수에 문제가 생기면서 증가해 내림프관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내림프수종이다. 이밖에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등이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임상 증상이다. 어지럼증이 청력 저하, 이명, 이충만감과 동반되어 발생한다면 메니에르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정확한 청력 검사도 진단에 필수적이다. 최 교수는 "어지럼이 있을 때 이비인후과에서 시행한 청력 검사에서 저주파수의 난청이 확인되고, 어지럼이 회복된 다음에는 청력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다면 메니에르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진료실에서는 환자의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전정신경초종(청신경과 전정신경에 생기는 뇌종양)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메니에르병이 의심될 때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 도움이 된다.
■재발 잦아 장기적 관리 필요
치료의 우선적인 목적은 어지럼의 빈도와 강도를 감소시켜 환자들이 일상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초기 급성기에 약물 치료는 어지럼, 오심, 구토 등을 조절하기 위해서 단기간에 걸쳐 진정제, 항구토제를 복용하도록 하고, 내림프수종을 줄이기 위해 내이 혈류 개선제와 이뇨제를 처방한다.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의 관리도 필수다. 기본적으로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저염식을 하고, 카페인(커피, 차, 탄산음료, 초콜릿 등)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 담배, 스트레스는 피하고, 편두통이 있다면 편두통 치료도 함께 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운동이 도움이 되며, 과로를 피하는 것이 좋다.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에도 불구하고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로 증상이 심하게 지속된다면, 고막을 통해서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을 할 수 있다. 드물지만 내림프수종의 압력을 조절하는 수술이나 내이의 기능을 완전히 없애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메니에르병은 완치가 어렵고 증상이 잘 재발되는 질환이다. 어지럼증 재발의 주기와 강도는 환자에 따라 다양한데, 짧게는 수일 간격으로 반복되기도 하고, 길게는 수년에 한 번씩 나타날 수도 있다.
단, 일반적으로 환자의 70~80%에서는 일상 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병을 조절할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약물 치료 없이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서 경과를 관찰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
부산대병원 최성원 교수는 "메니에르병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고 생활 습관을 개선한다면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될 경우 조기에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