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증상 없는 고아밀라제혈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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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홍 이샘병원 소화기내과 원장

고아밀라제혈증은 혈액검사에서 아밀라제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진료 현장에서 아밀라제 검사는 급성 복통으로 방문한 환자에게 급성 췌장염을 감별하기 위해 처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밀라제가 마치 췌장암의 선별검사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불필요하게 처방되고 있다. 그래서 ‘고아밀라제혈증’이라는 새로운 환자군이 형성되고, 무시 못 할 정도로 많은 환자가 진료실을 찾고 있다. 고아밀라제혈증과 관련해 검색해 보면, 정보가 상당히 부족한데, 이는 임상 진료에서 환자와 의사의 안전을 위한 매뉴얼과 같은 진료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고아밀라제혈증과 췌장암, 췌장염의 연관성에 대해서 제일 궁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통계적으로 무증상 고아밀라제혈증 환자에서 췌장암이 진단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6개월 이상 증상 없이 아밀라제 수치가 상승했던 환자에서 1~2% 췌장암이 진단되었고, 췌장암의 이른 신호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 혈액검사에서 한 차례 아밀라제 수치가 올랐다고 췌장암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대형 검진센터를 보유한 병원에서 수년간 근무하면서, 무증상의 환자에서 1달 정도의 간격으로 아밀라제 수치가 2차례 상승 시 CT 검사를 시행하였고, 췌장암이 진단된 사례는 없다. 단, 췌장암은 상당히 예후가 안 좋은 암이고, 개인의 경험이기에 신중하고, 보수적인 접근은 필요하다. 다음으로 급성 췌장염은 일단 전형적인 복통이 있어야 한다. 증상이 없는 환자가 건강검진으로 진단되는 병이 아니라는 뜻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건강검진에서 아밀라제 상승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자가면역성 췌장염을 진단한 사례는 있으나, 비특이적인 복통을 동반하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무증상의 고아밀라제혈증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앞서 고아밀라제혈증의 원인 감별이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밀라제는 침샘, 췌장에서 3 대 2의 비율로 생산되고 간과 신장에서 제거된다. 침샘에서 생성되는 침샘형 아밀라제의 경우 폐, 여성의 자궁, 난소와 같은 생식기관, 위장관의 점막, 부신 등의 인체 다양한 장기, 조직에서 소량이지만, 생성된다. 여기서 아밀라제 수치가 올랐다고 특정 장기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췌장암, 폐암, 난소암과 같은 악성 질환에서부터 침샘염, 약제, 위장관질환, 간질환, 신장질환, 여성부인과질환, 자가면역성질환과 같은 흔한 양성 질환, 거대아밀라제혈증과 같은 드문 원인도 포함된다. 진료실에서 흔히 접하는 원인 중 하나로 당뇨를 꼭 언급하고 싶다. 고령에 당뇨가 있는 환자는 췌장암에 대한 걱정이 많고, 아밀라제 수치가 높다고 하면, 과도한 불안에 휩싸이기 쉽다. 하지만 췌장암이 아니라 당뇨로 인한 무증상 만성췌장염증, 당뇨 약제, 신기능 저하, 동반 질환 등이 아밀라제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결국, 의사 입장에서는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놓치지 않고, 환자의 걱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료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밀라제 수치가 올라서 불안하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개별화된 평가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환자의 평가는 복통의 여부, 병력, 췌장암의 가족력에 대한 문진부터 시작하고, 아밀라제 재검사, 리파제, 아밀라제 동종효소검사와 같은 혈액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체적인 감별 진단을 위해서는 복부 CT, 폐 CT,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 등도 시행할 수 있으나, 선별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들었는데, 아밀라제 수치가 계속 높아서 걱정이 많은 분들이 있다. 혈액검사에서 높은 아밀라제 수치가 질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 확실한 결론은 없지만, 아밀라제 자체가 인체에 직접적으로 유해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밀라제 수치를 낮추는 약도 없고, 음식도 없으니, 엉뚱한 고민으로 시간 낭비를 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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