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필리버스터 vs 탄핵 카드… 여야 방송법 대치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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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서 부결
야 ‘방송4법’ 상정해 갈등 고조
국힘, 소속 의원 국회 비상 대기
민주,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안
공영방송 둘러싸고 힘 겨루기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방송장악법 거부 피켓을 들고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순직해병특검법 표결 찬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방송장악법 거부 피켓을 들고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순직해병특검법 표결 찬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이 국회 본회의 ‘방송4법’ 상정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이 또 한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본회의 재투표를 거친 민주당 당론 1호 법안, 채 상병 특검법이 최종 부결(폐기) 처리되면서 여야 갈등은 한층 고조되는 모양새다.

25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은 쟁점 법안인 채 상병 특검법을 상정하고 재표결에 들어갔다. 다만 특검법은 총 투표수 299표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 처리돼 자동 폐기됐다.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범야권 모두가 법안에 찬성하더라도 여당에서 최소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했는데, 국민의힘이 ‘이탈 표’를 저지하면서 통과를 막았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원 사건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검법은 앞서 이달 4일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9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의결을 위해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되자 국회 로텐더홀에서 야6당 규탄 대회를 열고 여당과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뜻을 끝내 저버렸다”며 “국민의힘은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나. 대통령의 반복된 거부권 행사와 국민의힘의 직무유기는 더 이상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고 안건을 상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오늘 본회의는 민주당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21대 때 폐기된 악법을 이제 그만 올리길 바란다. 민주당은 사람이 먼저라고 하더니 ‘개딸’과 민주당 당원만 존중할 거냐”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상정도 강행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민주당의 뜻을 받아들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최소 4박 5일간의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소속 의원 전원에게 ‘해외 출국 금지 또는 자제령’ 및 ‘국회 비상 대기령’을 내리고 대치 중이다.

야당이 추진하는 방송4법은 공영방송인 KBS·MBC·EBS의 이사 숫자를 늘리고, 언론 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공영방송 영구 장악 시도’라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야당은 역으로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강탈’이라 주장하며 방송4법 국회 통과에 힘을 주고 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의 대여 공세는 곳곳에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날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국회 의안과에 이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이 앞선 두 차례 방통위원장 탄핵 추진에 이어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 중인 부위원장 탄핵안까지 발의한 것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 직무대행 역할에 제동을 걸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구성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탄핵소추안은 이르면 26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자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위원장은 향후 민주당 주도의 표결을 고려해 26일 오전까지 사퇴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위원장이 사퇴하면 방통위는 일시적으로 상임위원이 1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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