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못 받겠다는 ‘진료 제한’이 이젠 일상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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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진료 제한 문자 22.7% 증가
올해 2~8월 사이 7만 건 넘어서
후속 처치 배후 인력 없다는 의미
추석 앞 부울경 병상 가동률 급등
응급실 여유 없어 ‘뺑뺑이’ 가능성
전담책임관 파견조차 미봉책 불과

경남 양산시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에 전공의들의 진료 공백으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움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경남 양산시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에 전공의들의 진료 공백으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움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첫 명절 연휴를 앞두고 ‘진료 제한’이 이어져 부울경을 비롯한 전국 추석 응급실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에 1 대 1 전담책임관을 파견해 연휴 기간 중 응급실 운영을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진료 제한’은 연휴 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오후 4시께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 현안 대응 현황판에 따르면 부산 권역응급의료센터(동아대병원, 해운대백병원) 2곳의 응급실 병상 가동률은 61.1%였다. 울산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병상 가동률은 61.9%, 경남은 46.7%였다. 이날 오전 부산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 병상 가동률은 70% 넘게 치솟았다. 병상 가동률이 높을수록 응급실 운영에 여유가 없다는 의미고,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워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가 된다.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진료 제한’은 지난 2월 전공의 사직 이후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진료 제한’은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더라도 후속 진료가 불가능한 것을 말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배후 진료가 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도 후속 처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환자를 받지 않게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 표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지난 2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실에 표출된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총 7만 2411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진료 제한’이 발생한 5만 9004건보다 22.7% 많다.

전공의가 이탈하면서 응급실 근무자가 줄어들었고, 내과 외과 등 필수의료 배후 진료과 근무 인원이 함께 줄어들면서 ‘진료 제한’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진료 제한’은 1만 619건으로 지난해 8월의 6871건보다 3639건이나 많았는데, 이 중 전문의 부재 등 의료 인력 사유가 3721건으로 35.1%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전국 409개 응급실 중 진료 차질 가능성이 있는 25곳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1 대 1 전담 책임관을 지정하고, 나머지 384개 응급실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 대 1 전담 책임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이 전담 책임관은 매일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의료기관 건의 사항을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

또 추석 연휴 전후인 5일부터 오는 25일까지 3주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을 반장으로 하는 비상의료관리상황반도 설치·운영한다. 부산시도 전날인 4일 시민건강국장 주재로 추석 연휴 응급의료·코로나19 대응 보건소장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시는 추석 연휴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추석 연휴 비상응급 대응 주간에 응급실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대응하기로 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이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는 허탈한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전날인 4일부터 군의관 15명을 강원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응급실 운영을 부분적으로 중단한 병원에 파견했지만, 실제로 출근한 군의관은 파견 수에 못 미치는 등 혼선이 있었다.

정부는 오는 9일 전국 희망 의료기관에 군의관과 공보의 230여 명을 파견한다. 하지만 파견 기간이 1개월로 한정적인 데다 의료기관별로 희망하는 전문의를 배정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에서는 동아대병원이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마취과 전문의 2명 등 군의관 15명을 파견해 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했다. 이 병원에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전 응급실에 전문의 7명과 전임의(임상 강사) 1명, 전공의 8명 등 총 16명이 근무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2월 이후 전공의와 전임의가 모두 떠났고, 지난달 개인 사유로 교수 1명이 사직하면서 전문의 6명이 응급실을 지키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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