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북항의 '킬러 콘텐츠'가 궁금하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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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편집부장

부산과 비슷한 면적 싱가포르
바다 활용한 항만 발달 공통점
글로벌 허브 항만 위상은 달라

항만 매립 재개발 마리나 베이
금융중심지·관광 콘텐츠 강점
미래 북항 '킬러 콘텐츠' 찾아야

그야말로 찜통 같은 더위,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공기와 뜨거운 태양, 밤에도 식지 않는 지열은 꽤나 낯설었다. 생애 첫 방문한 싱가포르는 기후부터 큰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월 11~15일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편집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전국 일간신문·통신사 데스크 세미나에 편집부장 자격으로 다녀왔다. 40여 개 언론사 편집 데스크가 참가해 각 사의 고군분투를 공유하고 공감하며 함께 신문과 편집의 미래를 고민한 시간이었다. 초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적도에 위치한 작지만 강한 섬나라 싱가포르는 예상보다 더 후끈한 열기를 내뿜었고, 편집 데스크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의 열정을 분출했다.

싱가포르는 얼핏 부산과 많이 닮아 있었다. 가이드는 싱가포르의 면적이 부산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확인해보니 싱가포르가 728㎢, 부산은 771㎢였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 부산과 섬 나라인 싱가포르는 모두 항만이 발달돼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준설이 필요 없는 깊은 바다 수심 덕분에 일찌감치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입지를 다졌다. 말레이반도 끝에 위치한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항만은 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말라카해협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1819년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개발한 작은 항구에서 시작해, 인도·태평양 해상무역의 요충지로 성장했다. 2023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해보면, 싱가포르가 8만 4734달러로 부산을 포함한 대한민국(3만 4653달러)의 배 이상 수준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싱가포르는 부산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부산은 싱가포르에서 배울 점이 많아 보였다. 그 중에서도 1969년부터 1992년까지 23년 간의 국가적 매립 사업을 통해 조성된 ‘마리나 베이’는 부산 북항을 떠올리게 했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는 마리나 베이에는 노아의 방주를 닮은 특급 호텔 ‘마리나 베이 샌즈’를 비롯해,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슈퍼 트리’와 세상 모든 꽃과 나무를 구현하겠다는 비전이 담긴 실내 온실을 갖춘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가까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크루즈선을 위한 선착장 ‘크루즈 센터’ 등이 들어섰고, 포화 상태에 놓인 중심업무지역(CBD)도 구역을 넓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매년 ‘마리나 베이’를 방문하는 전세계 관광객이 10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무척 부러웠다.

그럼 이제 부산 북항으로 눈을 돌려보자. 북항 재개발 사업은 20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부산의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다. 1876년 개항한 부산항이 대규모 항만으로 성장하고 물동량이 점차 늘어나 항만 포화 현상에 시달리면서 부산시가 부산신항을 건설하고 기존의 부산항을 재개발해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한 것이다. 초량동과 수정동 일대를 개발하는 1단계와 범일동과 좌천동 일대를 재개발하는 2단계, 영도구와 남구 일대를 재개발하는 3단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매립이 시작된 이후 1997년 외환 위기와 부산시의 재정난 등으로 사업이 불안정하게 추진됐지만 2012년 국제여객터미널 착공을 기점으로 물꼬를 트고, 지난해 11월 1단계 사업 구역이 시민들에게 개방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 콘텐츠다. 부지 조성이 끝나 속속 알맹이가 채워져야 할 1단계 사업 구역은 여전히 휑하다. 친수공원이 열렸고 국제여객터미널이 운영되며 부산역과 연결하는 보행데크가 만들어졌고 마리나 시설이 일부 운영되고 생활형 숙박시설 건물 몇개가 완공됐을 뿐, 공공시설, 상업·업무 시설, 문화·관광 시설,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 건립 등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랜드마크 부지가 어떤 식으로 개발될지가 가장 궁금하지만 잠잠하기만 하다. 게다가 부산 북항만의 정체성을 살릴 ‘킬러 콘텐츠’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항구 옆 버려진 땅을 재개발한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 항만·물류 중심지인 구도심에 대형 주거·상업·공공시설을 건립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대지진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 재생한 일본 고베,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즐비한 도시적 상업지구와 공원, 관광지가 함께 깃든 싱가포르의 사례를 부산시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에 북항을 제대로 살려내야 한다는 책임이 더 무겁다. 월드엑스포 개최의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글로벌허브도시 부산이라는 그림을 새로 그렸고, 이 때문에 엑스포의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북항의 미래 청사진이 글로벌허브 국제도시가 됐다면, 이번에는 진정 심도있고 체계적으로 북항의 미래를 계획하고, 과감하고 힘 있게 추진하길 바란다. 부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생명수 삼아, 북항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길 기대한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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