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박형준 시장에게 부족한 그 무엇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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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택 서울지사장

1주일 후 박형준 2기 체제 반환점
최대 규모 투자 유치 등 성과 굵직

차기 후보 교체설 등 흠집내기 많아
거론 인물 중 박 시장 경쟁자 없어

활동폭 넓혀 전국적 주자 부상 필요
과거보다 미래 적합 인물 등용해야

일주일 후면 박형준 시장이 제39대 부산시장으로 취임한 지 정확하게 2년이 된다. ‘박형준 2기’ 체제가 반환점을 돈다는 얘기다. 2021년 4월 보궐선거 승리로 38대 시장에 취임한 것까지 합치면 1180일이 된다.

이 기간 동안 박 시장은 그 어느 부산시장보다 많은 성과를 거뒀고, 전국적인 주목도 받았다. 하지만 2년 남은 박 시장 2기 체제에 뭔가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박 시장은 ‘임시 관리인’에 불과했던 1기 때와 달리 재선 시장에 취임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했다. 그가 2022년 7월부터 이달까지 유치한 총 투자 규모는 8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이며, 이전보다 10배 증가한 규모다. 이는 1만 27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에 해당된다고 부산시가 밝혔다. 이 덕분에 부산은 미래산업과 신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빠르게 혁신 중에 있다. 현 정부를 집중 설득해 가덕신공항 개항 시기를 6년 앞당길 수 있게 됐고, 자신의 선거 공약이었던 ‘15분 도시’ 사업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KCC 이지스 남자 농구단을 유치해 27년 만에 부산 연고 프로 스포츠단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런 노력으로 부산은 ‘글로벌스마트센터지수’에서 세계 14위와 아시아 3위를 기록했고, ‘세계 살기 좋은 도시’ 부문에서도 아시아 6위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요즘 “박 시장이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가 간혹 나온다. 한때 전국 언론에서 그의 활동상을 부각시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더니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 리얼미터가 18일 발표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 조사’(4월 26일~5월 1일, 5월 28~6월 2일 실시)에서도 박 시장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일각에선 2030월드엑스포 유치 불발에서 그 원인을 찾지만 그건 잘못된 진단이다. 단언컨대 엑스포 실패는 박 시장의 잘못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붓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라도 성공하기 힘들다. 굳이 따지자면 잘못된 정보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 현 정부 잘못이다.

그렇다고 박 시장이 원래 무능하거나 무기력한 사람도 아니다. 대학 교수 출신인 박 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이론가이자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국회의원과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게다가 그는 수준급의 농구와 테니스 실력을 갖춘 만능 스포츠맨이다.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다. 그는 과거 부산시장들에게선 찾기 힘든 다양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차기 선거에서 박 시장이 교체될 수 있다”고 흠집내기를 시도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그는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윤석열 정부 탄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2022년에는 역대 부산시장 중 최다 득표율(66.4%)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 당시 부산 기초단체장들은 “박 시장이 우리를 살렸다”고 그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부산시민들이 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것이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 중에서 박 시장만 한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한물간 친윤(친윤석열)계 인사이거나 중앙무대에서 존재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정치인들이다.

게다가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보수 정당 소속 현직 부산시장이 중간에 다른 후보로 교체된 전례가 없다. 허남식 전 시장은 내리 3선을 했고, 서병수 전 시장은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뒤졌다.

한마디로 박 시장은 다른 예비후보들이 넘보기 힘든 ‘절대 강자’인 셈이다.

그런데도 ‘박형준 3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끔 들리는 이유는 뭘까. 그건 한마디로 박 시장이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모든 정치인들 중에서 ‘상품성’과 ‘대중성’이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부산시장 박형준’에 머물러 있는 한 본인은 물론 부산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후 극도로 제한된 활동폭을 대폭 넓혀야 한다. 세계 각국을 다니며 부산을 알리고 그랜드디자인을 그려야 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으로서 전국을 찾아다니며 ‘관광과 문화 도시 부산’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가끔 SNS 활동을 통해 중앙 현안에 적극 개입할 필요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국적인 인물로 재부상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다시 오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정무라인을 포함한 인적 자원의 대개편이 절실하다. 박 시장은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다. 그 인맥을 활용해 전국에서 인물을 찾아야 한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에 도움될 사람을 두루 등용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자신이 왜 부산시민의 선택받았는지 고민해 보고 기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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