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고대도시 로마에서 만나는 미래건축 '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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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국립21세기미술관 '맥시' 전경. 이상훈 제공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21세기미술관 '맥시' 전경. 이상훈 제공

이탈리아 로마는 서구 유럽과 인류 문화의 중심이자 시작이다. 그런데 현대의 문화로 한정하면 다소 이야깃거리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는 로마의 너무나도 많은 문화유산과 유적과 같은 콘텐츠에 가려진 착시일 뿐 현재의 로마도 놀랍게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 국립21세기미술관, 맥시(MAXXI)가 있다.

맥시는 이탈리아어로 ‘Museo nazionale delle Arti del XXI secolo’, 즉 국립 21세기 미술관(National Museum of XXI Century Arts)이란 뜻의 약자로, 로마 플라미뇨 지구에 위치한 국립현대건축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이탈리아 문화유산부 산하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라크 출생의 영국 국적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했다. 국내에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다.

맥시는 설계와 시공의 특수성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10년 완공되는데, 자하 하디드 디자인은 국제 공모전에 출품된 273개 디자인 가운데 당선된 작품이다. 당시 렘 콜하스, 장 누벨, 스티븐 홀과 같은 쟁쟁한 건축가를 물리치고 선정됐다. 또한 유럽 최고의 건축물에 수여하는 영국 왕립건축가협회(RIBA) 스털링 건축상을 수상했다.

맥시는 크게 미술관과 건축관 두 개의 건축물로 이루어진다. 내부는 오디토리움과 미디어 도서관, 서점, 카페 그리고 기획전시나 공연, 교육 등을 위한 갤러리가 포함됐다. 미술관 주변의 야외 중정은 대규모 예술작품 설치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현재는 니키 드 생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21세기미술관 ‘맥시’ 전경, 이상훈 제공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21세기미술관 ‘맥시’ 전경, 이상훈 제공

맥시 외관은 대로에서는 바로 눈에 띄지 않는다. 곡선으로 된 벽과 외관, 각 층은 서로 다른 층고를 가지고 변하고 있으며, 만나는 교차점마다 방문객은 다양한 경로를 통과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는 매우 다채로운 공간적, 기능적 구성을 제공한다. 또한 원래 부지로 쓰였던 육군 막사에 대한 지표성을 유지함으로써 도시적 맥락에 대한 접근도 고려됐다. 특수 지붕 시스템은 내부를 자연광과 조명을 조화롭게 가동해 편안한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맥시의 예술품 컬렉션은 최신 작품과 과거 경험 사이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집된 회화, 설치, 비디오 아트, 조각, 사진 등 400여 점으로 구성됐다. 시기적으로는 1960년대에서 2000년 사이에 만들어진 이탈리아와 해외 작가들 작품이다. 또 이 작품은 신예 작가들과 상호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컬렉션의 핵심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어쩌면 고대도시 로마의 수많은 유적 사이에서 특별하게 존재하는 이 미술관의 존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유니크함과 맥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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