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5극 3특'이라고 뭐가 다를까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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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이 대통령 “균형발전은 생존 전략”
이를 막는 관성과 기득권 저항 언급
지방선거 앞둔 정략적 접근 시각도

역대 정부들 수도권 쏠림 못 돌려
소수 거점 대도시 육성 대안 제시
정치적 이해 넘어선 결단이 필요해

연초부터 국가균형발전이 화두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앞세우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병오년을 대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며 다섯 가지 국가 대전환을 제시했는데 그 첫째가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이었다. 수도권 1극에서 5극 3특 체제로의 전환은 지방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대한민국 재도약을 이끌 필수 전략이라고 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행정 통합을 통한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관성과 기득권’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23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울산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자리에서다. 수도권 ‘몰빵’을 바꿔 5극 3특으로 재편하려는데 관성과 기득권의 저항이 너무 크다며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일관된 균형발전 메시지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적 행보라는 회의적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해 첫 타운홀미팅 장소를 울산으로 정한 것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동치는 부산·울산·경남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찌 됐든 수도권 쏠림을 타개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늘 그랬듯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은 변죽만 울리다 끝났다.

전임 윤석열 대통령도 균형발전에 진심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후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국민 모두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균형발전이 새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의 가치라고 했다. 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특구 정책도 앞세웠다. 무엇보다 서울·부산 두 바퀴 성장 전략은 지역의 심장을 뛰게 했지만 2030월드엑스포, 한국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 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균형발전에서 가장 뒷걸음질했다고 평가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조차 지역 성장이 곧 국가 성장이라며 지역 특화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나누고 동남권 수송 기계, 수도권 지식정보, 충청권 의약 바이오, 대경권 IT 융복합, 호남권 신재생에너지 등 권역별 특화 전략을 내세웠다. 5극 3특에서도 동남권 자동차·조선·항공, 수도권 글로벌 금융, 충청권 바이오, 대경권 이차전지, 호남권 AI 등을 성장엔진으로 추진 중이다. 이쯤 되면 5극 3특이 5+2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물줄기를 만든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행정수도를 만들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며 균형발전 기조가 불가역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결기까지 보인 그였다. 하지만 후임 정부를 이어오는 동안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했고, 그에 따른 초저출생과 고령화가 국가적 재앙으로 닥쳤다. 국가 성장 에너지를 지역으로 분산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수도권 구심력을 이겨내지 못한 결과다.

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를 주제로 보고서를 냈다. 수도권 생산성이 비수도권을 압도하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수도권에 개발이 집중되면 혼잡 비용 증가로 투자 효율이 낮아지고 지역으로 투자가 분산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정부가 정책 수단을 동원해 수도권 효율을 유지시켜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GTX를 깔고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주택을 공급하고 지역 전력을 끌어다 반도체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따위의 정책 이야기다. 문제는 해법인데 KDI는 비수도권 소수 대도시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거점 대도시에 집중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일찍이 한국은행도 비수도권 소수 거점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2024년 부산에서 진행된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는 여러 군데에 분산하는 전략보다 소수 거점 대도시에 집중하는 게 인접 중소도시에도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까지 내놓았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수도권이라는 한 그루의 과일나무에 모두가 매달려 살벌하게 경쟁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각자가 과일나무를 키우려면 노력과 자원이 분산돼 열매를 얻기 어려우니 좋은 과일나무 몇 그루를 함께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와 지역적 갈등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그걸 해결하지 못하고 국토를 이리 나누고 저리 나누고 하면서 온 게 지금까지의 균형발전 전략이었다. 현실은 수도권과 같은 과일나무를 한 그루라도 더 키우는 성공적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5극 3특의 전략 속에는 이런 고민과 현실적 방안이 내재해 있을까.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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