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악 지역 통신 먹통 ‘수두룩’… 등산객 ‘불안감’
취약지에 국가지점번호판 설치
번호판 주변 ‘서비스 불가’ 많아
중계기 추가 설치·번호판 확충
비용 문제·예산 부족으로 ‘난항’
경남 창원시 성산구 비음산 중턱에 설치된 국가지점번호판(왼쪽)과 그 주변으로 통신 장애가 발생해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모습. 독자 제공
최근 경북 청송에서 초등생이 실종됐다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산악 지역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구조 체계 구축·개선이 화두로 떠올랐다. 경남에도 주소가 없는 산악에서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한 ‘국가지점번호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으나 상당수가 전파가 닿지 않는 구역으로 파악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산악 등 안전사고 취약 지역에 국가지점번호판 9877개가 설치돼 있다. 이 번호판은 산지를 가로세로 10m씩 격자 형태로 나눠 특정 지점을 표시한 것이다. 등산객이 위급 상황에 119 등에 도움을 요청할 때 한글·숫자로 조합된 번호판을 설명하면 빠른 구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국가지점번호판 주변이 되레 ‘서비스 불가 지역’으로, 휴대전화를 통한 구조 신고 자체가 어려운 곳이 여럿이다. 당장 경남도청 바로 뒷산인 창원 도심의 비음산·정병산에서도 같은 사례가 확인됐다. 나무와 바위, 계곡 등 음영지역에 통신 중계기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다.
최근 경북 청송 주왕산 초등생 실종 같은 경우가 발생하면 최악의 결과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도 주왕산 사건 이후 국무회의를 통해 “앞으로 이런 불행한 사고가 나지 않게 더 신경 쓰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작 통신 문제를 해결할 중계기를 추가 설치는 비용 문제로 하세월이다. 설치비는 사유지 매입과 자재 운반 헬기 등으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이 투입된다. 개활지와 달리 산악에서 중계기 송신 범위는 통상 반경 1km 안팎으로 본다.
중계기는 기본적으로 민간 시설물로 분류돼 있기에 행정 예산을 지원할 수도 없어 우리나라 대표 통신 3사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행정에서 통신사에 수시로 중계기 협조 공문을 보내지만, 설치 필요 구간이 1~2곳도 아닌 데다 부담스러운 금액에 선뜻 나서긴 힘든 처지다. 또 전기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하지만 한전 역시 썩 협조적이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난항을 보이자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국가지점번호판 시설물 보완에 나섰다. 올 4월 중순 지점번호판 가운데 통신이 닿지 않는 곳에 대한 현황을 확인하고 해당 지역에 안내 문구를 부착하라고 지자체에 지시했다. 안내 문구는 어느 방향으로 얼마간 이동하면 통신 가능 지역이 나온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지자체의 예산에 발목이 잡혀 지지부진하다.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국가지점번호판의 개보수·설치 등 관련 업무는 지방사무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국비 지원 없이 해당 지자체에서 자체 예산으로만 집행한다. 경남도는 지난해 4000만 원, 올해 2000만 원을 소방안전교부세에서 따로 편성해 18개 시군에 예산을 나눠 내렸다.
시군에서 용역사를 거쳐 산악 현장 조사원 등을 채용해 업무를 처리하고는 있으나 예산이 1명분 인건비 정도뿐이라 경남 전체 현황 파악까지는 일러도 2028년 정도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그전까지는 현 ‘통신 먹통 국가지점번호판’이 유지될 수순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저희도 통신사들에게 중계기 설치를 독려하고는 있으나 사실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공문을 근거로 안내 문구 부착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인력 충원에 한계가 있어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털어놨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