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이젠 전쟁” 시정연설도 보이콧…‘추경호 영장’에 정국 급랭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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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제는 전쟁”…대여 강경투쟁 예고
민주당 “국회의원 책무 포기한 직무유기” 비판
예산안 심사 앞두고 정국 경색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열린 4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규탄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열린 4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규탄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제는 전쟁”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해 “국회의원의 책무를 포기한 직무유기”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야당 의원들은 연설에 앞서 검은 양복과 넥타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침묵 시위를 벌였고, 이 대통령이 입장하자 일부 의원들은 “재판 받으세요”, “범죄자”라고 고성을 질렀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근조 자유민주주의’, ‘야당 탄압, 불법 특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조은석 특검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의 이름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재명 정권의 치졸한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2024년 12월 3일 밤 국민의힘 의원 107명 중 누구도 의총 공지 문자메시지로 인해 표결을 포기하거나 방해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국민 앞에 증언한다”고 밝혔다. 또 “조은석 특검은 12월 3일 의결정족수가 충족됐음에도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올 때까지 표결을 미룬 우원식 의장을 계엄해제 표결방해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며 사법부를 향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절차를 즉각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조은석 특검의 어제 구속영장 청구로 그 생명이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전쟁이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온다”며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추경호 의원은 “저는 국민께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을 드렸다. 이번에도 저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불체포 특권 뒤에 숨지 않고 당당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의 영장 청구에 대해 “여러 가지 무리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며 “다분히 정치적 접근, 더불어민주당의 주문에 의한 수사 결과를 만들고 꿰맞추기 작업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강하게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지만, 정작 민생 예산을 설명하는 자리에 불참했다”며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만 이용하는 이중적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문대림 대변인도 “국민의힘이 내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악랄한 정치보복’이라 규정하며 시정연설까지 보이콧한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라며 “헌정질서 붕괴 위기 속에서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는 도덕적 불감증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정연설 보이콧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직무유기”라며 “작년엔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거부하고, 올해는 국민의힘이 보이콧한 기막힌 ‘릴레이 보이콧’이 정치쇼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단순한 법적 조치가 아니라, 야당을 겨냥한 여권의 정치공세로 보고 있다. 특히 위헌정당 해산 논의와 맞물려 여권이 제1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앞서 장동혁 대표가 APEC 만찬에도 불참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한 것도 여권의 압박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로 정부 예산안 심사 등을 둘러싼 정국 경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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